“농가소득 중 농업소득 겨우 27.1% 차지”
비싸진 추석 농산물 물가, 농민들 소득으로 이어질까?
경제학에는 '농부의 역설'이라는 개념이 있다. 풍년이 들면 농부의 소득이 감소하고, 흉년이 들면 오히려 농부의 소득이 증가하는 역설적인 현상을 뜻한다. 이러한 농부의 역설은 농산물의 수요와 공급 탄력성이 매우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나타난다. 쌀 가격이 내렸다고 밥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농산물 가격이 올랐다고 재배까지 많은 기간이 소요되는 농산물을 한꺼번에 더 많이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풍년이 들면 농산물 공급이 늘어나는 반면 가격은 폭락하고 결국 농부의 수입은 급감한다. 반대로 흉년이 들어 농산물 공급이 줄어들면, 농산물 가격은 폭등하여 농부의 수입은 증가하게 된다. 풍년임에 불구하고 수확하지도 않은 밭을 갈아엎는 농부의 모습을 언론을 통해 자주 보게 되는 이유다.
올해 5월에 2022년 농가소득에 대한 통계결과가 발표됐다. 2021년 역대 최고치인 4천778만원을 기록했던 농가소득이 지난해에는 3.4% 감소한 4천615만원이었다. 3.4%라는 감소된 수치만 보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특이한 점이 보인다.
우선 농가소득과 농업소득은 용어가 다르다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농가소득은 농업소득과 농업외소득, 이전소득, 비경상소득의 합으로 구성되는데, 농업인의 기본적인 소득인 농업소득은 전년 대비 무려 26.8%나 감소한 949만원으로 농가소득 4,615만원 중 27.1%만을 차지하고 있다.
농업인들은 오히려 음식숙박업을 겸업하면서 얻는 겸업소득과 농가의 다른 가구원들이 벌어들인 근로소득(농업외소득) 그리고 정부의 공익직불금 지급 등에 따른 이전소득이 무려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농업외소득은 농업소득 949만원보다 갑절 가량인 1천920만원이나 된다. 농가의 소득이 더 이상 힘들여 기른 농산물 판매만으로는 구성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언뜻보면 비슷한 단어로 보이는 '농업소득'과 '농가소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냉탕과 온탕처럼 온도 차이가 극심하게 느껴진다.
지난 5월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3개월 동안 평년대비 2℃ 이상 높게 지속되는 역대 최고의 슈퍼 엘리뇨 발생 확률이 80% 정도라고 예보했다. 슈퍼 엘리뇨는 농산물 특히 곡물 생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발된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상승)이 점차 잦아드는 시기에 물가상승 재점화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올해는 예상대로 냉해와 길어진 장마, 국지성 폭우 등의 기상이변으로 농산물 공급이 줄었다. 그래서 추석 과일값이 너무 비싸다는 언론보도가 연일 나오고 실제 장바구니 물가도 너무 올랐다. 하지만 비싸진 농산물 가격에 비해 농민들의 농업소득의 증감에 대한 방향성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온 세상이 디지털 확산과 A.I(인공지능)로 예측 가능한 미래생활을 만들어 가는 가운데 유독 농업만은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놓고 있다. 농업 유관기관 뿐 아니라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삼시세끼 농산물을 소비하는 우리 모두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처럼 느껴진다.
이강서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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