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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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바바서커스의 연극 <아는 사람 되기>(작·연출 이은진, 공동연출 심재욱, 드라마터그 이양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은 이념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이야기다. 연극은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거쳐 이념논쟁으로 정치적 냉전을 겪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해부한다. 그런 만큼, 시간은1947년대 남로당 사건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현재까지를 관통하고 있다. 연극은 분열과 분단의 대한민국을 거쳐 태극기 부대, 촛불 집회로 정치적 이념 갈등이 대립하고 있는 시간을 따라 한국 사회의 이방인 탈북자를 중심으로'아는 사람 되기'를 시도하고 극우 유튜버들 방송 현장을 소환하기도 한다. 이렇듯 <아는 사람 되기>는 한국 이념논쟁의 한복판에서 좌, 우로 갈라져 있는 이념의 외각은 화해와 통합을 이룰 수 없는 이방인들만 살아가는 낯선 풍경의 사회이며 두 개 땅으로 갈라져 있는 분단의 한반도처럼 여전히 갈등을 통합하지 못하고 있는 정전 70주년의 한국 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연극은 친숙하면서도 친숙해질 수 없는 낯선 풍경의 '낯섦'으로부터 출발하며 아는 사람 되기를 시도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태극기 부대'와 '촛불 집회'로 대립하고 있는 현재의 시간을 투영하고 있다.
◆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사회'에서 <아는 사람 되기>
연극 <아는 사람 되기> 무대는 하나의 영토(領土)로 보이기도 하고 분단의 한반도를 상징하듯 무대 바닥은 아크릴 테이프로 구획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구역을 나누고 공간은 에피소드 장면에 블록을 쌓으며 개방적으로 재현되는 공간이다. 배우들의 움직임과 장면의 구현을 대도구와 소품들을 활용해 무대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레고를 쌓으며 공간구조를 연극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무대 뒤편 중앙벽면으로 스크린을 설치해 인터뷰로 내보내기도 하고 (이만갑의 영상들, 남북 뉴스와 영상자료화면, 재난 문자 자막) 등으로 활용된다. 연극은 첫 장면부터 '낯섦'으로부터 시작된다. 낯섦은 타자의 시선들이며 편견과 혐오, 분열과 갈등으로 균열 되는 사회다. 무대는 한 여자가 실루엣으로부터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을 부르며 등장한다. "강물에 유람선이 떠 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로 엄마를 따라 하이힐을 신고 대한민국으로 탈북한 한 여자(김보나 분)의 이야기가 프롤로그로 전달된다. 국경 근처 탈북브로커를 만나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를 거쳐 탈북한 고난의 시간을 털어놓는다. 무대는 배우들이 오브제가 되어 산, 강, 파도가 되어 여인의 탈북 루트를 이솝 우화 방식처럼 들려준다. 어려서부터 북한 기동예술선전대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며 '불법 월경', '탈북하지 말자' '자본주의 불법 영상을 보지 말자' 등의 체제선전에서 프로파간다(Propaganda)로 활동해 온 이야기와 독일로 탈남한 과거 이야기를 쏟아내며 탈북민한테 한국 사회는 낯섦의 땅이다. ‛탈북해서 가족들 아오지 탄광 끌려간 거 아니야?", "사람이 정말 굶어 죽어?" 는 한국 사회에서 들어야 했던 말들이다. 탈북자를 향해 국정원을 연상하게 하는 한 남자의 " 조용히 갑시다. 나오세요" 목소리가 들린다. 여인이 말한 능력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로 탈북은 낯섦의 이방인으로 감시받는 시선이며 한민족이 될 수 없는 사회라는 것이다.
연출은 이러한 한국 사회의 분단의 현실을 백낙청 선생의 '분단체제론'(한국 사회는 세계를 장악해 온 '세계체제'의 하위 단위이며 동시에 분단을 매개로 한 독특한 '체제'라는 개념. 대본 발췌)에서 나온 '후천성분단인식결핍증후군'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활용한다. '평소 남북 관계에 대한 관심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냉소, 무감각, 반응 없음, 뉴스 안 봄으로 나타나고 전쟁 같은 재난 문자에도 우왕좌왕하며 남북이 분단국가임을 인식하지 못함을 드러내 보인다. 이 무대에서도 큐빅 박스와 영상을 활용해 다양한 시민 반응을 그려내면서 반공주의 이데올로기로 주입되어온 한국 사회의 '후천성분단인식결핍증'을 연출은 3가지 형식의 아는 사람 되기( 은영의 아는 사람 되기, 재석의 아는 사람 되기, 현주의 아는 사람 되기) 의 관계 맺기를 통해 낯섦을 이해해 가는 방식을 취한다. 우선 '은영의 아는 사람 되기' 에피소드 무대 공간은 집과 응접실, 지하철, 연습실 등으로 전환되고 때로는 연극배우로 살아가는 은영이 살아가는 현재의 공간과 시간이다. 은영은 공연에서 탈북자 역할을 맡으며 미모의 탈북자(김보나 분)이 억양 코치가 되면서 아는 사람 되기 관계 맺기를 형성한다. 북한말투와 억양을 지도해 주기도 하고 북한의 삶과 탈북민들이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역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북한소설 한 권을 건네준다. 이 장면 에피소드에서 연출이 타격하는 지점은 한국 사회 세대 간 이념 갈등과 빨갱이 프레임 논쟁이다.
은영은 미모의 여인을 통해 탈북자의 현실을 알아가며 아는 사람 되기를 통해 낯섦의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데 은영의 할아버지는 실향민 세대이다. 아버지(이상훈 분)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 TV 프로그램을 즐겨보며 통일이 되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있으면서도 '공산주의는 공산주의야'라며 반공주의 이념이 투철한 세대이다. 1장 에피소드와 연결되는 '의심의 씨앗' 장면이다. 북한말투를 지도하던 미모의 여인은 국가정보원에서 간첩으로 몰리는 것으로 처리된다.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간첩 조작 사건을 상징하면서 북풍과 이념 프레임으로 갇혀있는 현실을 상수와 은영의 대화로 들어낸다. 상수(이상훈 분)는 "대부분 남성은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은 북한이다'라고 말하는 후보한테 표를 준단 말이야"라고 말하고 은영은 "그건 니가 군대에서 교육받아서 그런거 아냐? 난 북한이 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한민족, 한 가족이었고, 누구를 적으로 삼는 것도 싫어, 제일 가까운 북한도 적이라 그러고, 중국도 적이라고 그러고, 일본도 적이라 그러고, 사방이 다 적인데 그러면 국가끼리 관계를 어떻게 맺어?"라는 말에 "넌 북한이 우리 주적이 아닌 것 같애? 그건 기본적으로 위험한 발언이야"라고 받아친다. 이어지는 '남북이 한민족이라고 느끼시나요?' 인터뷰 장면과 연결되면서 남북이 한민족으로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 동질감이 있다는 시민인터뷰를 영상으로 내보내고 아는 사람이 될 수 없었던 낯섦의 관계는 마지막 인터뷰 영상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반공교육을 받아온 구세대로 인해 아는 사람 되기가 부재한 통일은 갈 길이 먼 '도보다리'가 되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 한민족, 주적, 평화, 세대 간 이념 갈등으로 대립하는 현주소를 균형 있게 들어내면서도 연출의 <아는 사람 되기>는 은영의 시선으로부터 출발한다.
◆ 피카소의 반공법과 보도연맹. 빨갱이 프레임으로까지 <아는 사람 되기>
1969년 피카소 크레파스를 제조 판매하던 삼중화학 대표 박진원 씨가 반공법 위반 협의(당시 신문 기사는 피카소는 좌익 화가로 1944년 국제공산당에 입당해 소련에서 레닌 평화상을 받으며 공산당을 선전하는 작품 활동을 해온 좌익 화가를 크레파스 광고에 사용한 것은 피카소를 찬양했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반공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건)의 신문 기사 스크랩을 영상으로 투사한다. 파불로 피카소가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Massacre en Coree1951) 작품은 알몸 여인들의 손을 잡은 아이를 향해 갑옷의 병사들은 총을 겨누고 있고 여인들은 총구를 바라보며 죽음을 체감한 듯한 표정으로 서 있다. 무대는 그림 속 아이가 총을 겨누고 있는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뛰어다니는 이미지를 재현한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피카소의 그림처럼 이념의 총칼을 겨누고 있는 것처럼 소환된다. 빨갱이 프레임 덫은 정치기획의 조작과 은폐로 국가보안법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대법원 무죄판결을 받은 분들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이념논쟁과 빨갱이 프레임 정국으로 시달리고 있는 오늘의 정치적인 현상을 투영한다. 재석의 아는 사람 되기는 이념 갈등을 치유하고 화해와 통합으로 도보다리만큼도 갈 수 없는 시대의 현상이다.
재석의 아는 사람 되기는 '보도연맹 사건'을 사촌인 재석과 재민을 통해 다루고 있다. 무대의 전경은 두 사람이 만나는 길가와 도로 그리고 아버지의 방과 포장마차, 이자카야 분위기로 전환된다. 국민 보도연맹 당시 빨갱이 좌익사상 척결이라는 학살사태로 죽은 재석(김성태 분)의 할아버지 제사상을 차리고 있는 아버지의 장면을 재석과 재민(박성민 분) 장면 공간 사이에 연속적으로 배치한다. 재민은 보도연맹 사건의 역사적인 스토리를 말하면서도 " 근데 우리 할아버지는 진짜 남도당 이셨다. 소위 말해서 '빨갱이' 하며 두 사람이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재석과 재민 싸움은 빨갱이 프레임과 이념논쟁이 폭력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현재이다. 그러면서도 연출은 보도연맹 사건은 과거 시절부터 빨갱이 집안으로 박해받으며 연좌제 가족사로 이어져 온 재석(가족)과 아버지와의 갈등을 화해와 용서라는 구도로 전환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재석이 제사를 준비하는 아버지를 향해"저예요, 아버지"라고 끝나는데 극 중 인물 재석은 '국가'로도 해석될 수 있는 다층적인 의미를 생산해 내고 있다.
◆ '대한민국의 이념논쟁' 태극기 부대와 파란 풍선의 사이
마지막 에피소드 현주의 아는 사람 되기는 5살 난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우주 엄마 현주(최주현 분, 이하 우주 엄마)의 이야기다. 우주 엄마는 자신을 '진보'라고 규정하며 정치적인 참여를 활발하게 하는 인물이다. 광화문 광장과 이태원 참사 현장을 다니며 적극적인 발언을 하는 쏟아낸다. '개혁의 딸'들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아이와 유모차를 끌고도 정치적인 참여를 활발하게 하는 진보 성향의 시민이다. 이어 무대는 이태원 참사 분향소 현장으로 바뀌고 극우 유튜버가 등장해 '이태원 참사는 북항의 지령을 받은 간첩들 소행', '국민들에게 더 이상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고 구호를 외치며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진행하고 있고 우주 엄마는 "우주가 이런 세상에 살게 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우주를 파란 풍선으로 상징시키는데 감각적인 연출이 보인다. 엄마는 파란 풍선(아이)을 들고 '퇴진하라, 퇴진하라' 촛불의 노래가 들리고 '척결하라, 주사파를 척결하라'라고 고 외치는 이념 갈등의 광장에서 우주(파란 풍선)를 잊어버리는 반전의 설정을 하며 아는 사람 되기 에피소드를 돌아온 연출의 목적지로 향한다.
한국전쟁 참전용사로 보이는 태극기 부대 할아버지가 거리에서 길을 잃어버린 우주를 데리고 간다. 우주 엄마는 납치범으로 몰아세우며 태극기 부대 할아버지를 혐오와 증오의 대상으로 바라보면서도 자기적 반성을 쏟아낸다 "저는 이성을 잃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혐오와 증오를 뿜어내는 쓰레기통 그 자체였습니다. 경찰서에서 나와 할아버지를 바래다 드리던 그 순간에도 저는 '저 사람은 태극기 부대다. 그 많은 젊은이의 죽음에도 눈 하나 까딱 않는, 빨갱이는 때려잡아야 한다고 외치는 정신 나간 노인네일 뿐이다. 정신을 쥐어 잡았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의 행동에 어떤 악의가 없었는지 한순간 한순간 곱씹어 보았습니다. (사이) 그 노인은 우주를 납치한 것이 아니다…. 이걸 인정하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저는 태극기를 걷어낸 그 노인을, 그 사람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노인을 찾아 골목과 거리를 누비고 저기 어르신이라는 현주의 말에 두 사람은 이념의 대립과 갈등으로 분열되고 있는 화해와 통합이 부재한 대한민국의 현재를 형상화하며 태극기 부대와 파란 풍선은 두 손을 잡지 못한 채 마주 보며 서 있을 뿐이다.
◆ 표현형식의 사이의 모호한 관계
연극 <아는 사람 되기>는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거쳐 오늘의 한국 사회를 바라보며 여전히 이념논쟁으로 정치적 냉전을 겪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묵직하게 다루면서도 몇 가지아쉬웠다. 프롤로그부터 3가지 에피소드를 다루면서 극단 바바서커스의 피지컬시어터 형식과 사실적 재현성 들이 융합되며 연극적인 표현형식이 통일성을 가지지 못했다. 특히 은영의 아는 사람 되기 에피소드와 의심의 씨앗부터의 장면전환이 그렇다. 은영이 연극을 올리는 과정에서 미모 여인을 통해 탈북자 현실을 알아가며 한국 사회의 북한 체제에 대한 인식(탈북민, 통일, 한민족의 개념)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낯섦의 이방인과 아는 사람 되기의 첫 번째 관문(關門)이지만 뒷부분은 설명적으로 느껴졌다. 좁혀 말하면, 바바서커스의 표현형식의 장점(영상, 이미지, 피지컬 배우들의 움직임, 오브제 활용)으로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한 뒤 사실적인 형식으로 에피소드를 설명하는 구조방식을 취해서 그렇다. 2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재민과 재석 이동되는 연속적인 장면들이 진행되는데도 재석의 아버지가 방에서 병풍을 펼쳐놓고 제사를 준비하는 사실적인 장면을 연결한다. 앞 장면에서는 대도구와 소품을 활용해 변화되는 공간으로 부각하는 장면 분위기와 아버지의 장면이 충돌되면서 생산적인 효과를 들어내지 못했다. 마지막 장면은 공간과 배치, 상징과 이미지가 이은진 연출다움으로 공간적인 미장센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도(프롤로그도) 잔상이 아쉽다. 이런 점에서 태극기 부대 할아버지와 우주 엄마의 이념논쟁 분열과 분단의 현재적인 대립 구도보다 치유와 화해, 통합의 장면으로 두 사람이 손을 잡는 장면으로 전달되었다면 어땠을까. 아는 사람 되기가 여전히 어려운 사회인지, 아는 사람이 되어 분열의 논쟁을 치유하자는 것인지가 모호하다.
마지막 장면까지 한국 정치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된 역사적인 순간들을 상상하고 기대하며 극을 바라본 관점에서는 아쉬웠다. 연극 <아는 사람 되기>가 한국전쟁 분단의 역사를 70년 이상 관통하며 달려온 것은 변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현재이면서도 분열된 이념논쟁을 치유하자는 것, 아는 사람 되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점에서 그렇다. 탈북민, 태극기 부대, 파란 풍선, 국가 보도연맹 사건, 반공 보안법과 국가정보원 등의 이야기를 통해 아는 사람 되기를 시도하며 마지막 장면을 낯섦의 관계로 설정하는 것은 여전히 아쉽다. 그럼에도 장점이 많은 작품이다. 작품 공연 준비를 해오며 방대한 자료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아는 사람 되기의 윤곽을 잡은 것도 긴 여정과 기록 과정을 거쳐 공연대본으로 완성한 시간까지는 짧은 시간이 아니었음을 느낀다. 프롤로그와 3장 에피소드는 바바서커스의 명료한 표현형식과 연출 시선들이 구체적으로 살아있었으며 에피소드 1과 2에서도 연출의 특징을 살려낸 부분들이 많았다.그러나 표현형식이 충돌되며 안정적인 무대 구성이 아쉬웠다. 오히려 바바서커스의 특징으로 에피소드 전체를 활용했다면 전달이 명료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명과 무대 공간, 영상과 이미지, 배우들의 피지컬 적인 움직임은 장면을 선명하게 형상화했고 감각적인 기량들을 보여주었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의 우주 엄마 최주현은 광장과 집회 장소를 누비는 영락없는 아이의 엄마이다. 이번 작품으로 좋은 배우를 인지하게 된 점도 아는 사람 되기의 수확이다. 이외에도 재석 역의 김성태는 조명디자인 외 전작 몇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의 의지를 보여왔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열정만큼이나 존재감을 보였다. 미모 역의 김보나도 배우의 감각을 보였다. 재민 역의 박성민을 비롯한 멀티로 분한 최시아, 이명은, 은영의 멀티로 등장한 이상훈 등 배우들의 앙상블과 연기표현이 아는 사람 되기를 구체화했으며 아이를 파란 풍선으로 상징화한 설정은 신의 한 수 였다.
◆ 극단 바바서커스 <아는 사람 되기>
극단 바바서커스는 피지컬시어터를 표방하면서도 가면 디자이너로도 활동한 이은진 대표의 영향으로 피지컬, 가면극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러시아의 작가 고골(Nikolai Vasilevich Gogol)의 단편소설 '코'를 극단의 특징을 살려내는 가면극으로 각색한 <코믹환상극 코>(2013)로 창단공연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한 남자를 통해 부조리한 사회의 모순을 풍자적으로 담아내었고 배우들의 움직임과 인형 오브제, 가면으로 구체화된 캐릭터들은 표현의 과장성을 들어내면서도 극단이 추구하는 표현형식을 담아냈던 작품이었다. 그만큼 극단은 재현 적으로 구조화된 무대나 배우의 표현형식을 탈피해 서커스적 양식을 융합하면서도 연극적인 형식을 탈피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은진 연출의 특징은 때로 인물의 캐릭터가 무대에서 극대화되고, 배우의 신체와 움직임은 역동적으로 드러나게 할 때가 있으며 광대와 서커스 적인 강렬한 색으로 무대와 의상 이미지를 차용하고 때로는 가면과 오브제로 극적인 서사를 연결하기도 한다. 바바서커스의 작품은 탈 텍스트 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바서커스의 표현형식을 살려내기 위해 작, 각색의 텍스트는 극을 발화시키는 보조적인 도구로 서사를 관통하는 흐름에서 극을 이해시키는 방식보다 극을 시각적으로 인지시키는 연출적인 표현을 선호하고 있다.
'바바'는 프랑스의 쿠키 이름, 봐봐, 어린성자(인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등장하는 마녀 이름 유바바(못된 할머니) 등 다층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이은진 연출의 말이다. (연극 IN 인터뷰 중) 바바서커스는 연출의 말대로 특징적인 캐릭터를 가면과 피지컬시어터 형식을 배우들의 신체와 움직임을 작품으로 용해시키는 극단이라 할 수 있다. 극단 바바서커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연옥>(2015, 제37회 서울연극제 무대 예술상,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작품상)과 두산아트랩에서 선보인 <외투, 나의 환하고 기쁜 손님>(2014) <맹랑별곡>(2018), <나의 음식 고분투기>(2020)가 있으며 국정원이 개입해 댓글로 여론을 조성한 댓글부대를 소설로 옮긴 장강명의 소설을 연극화한 <댓글부대>(2018, 월간 한국연극 베스트7) 이 있다. 이듬해 재공연에서는 서울연극제 신인연기상(박승현)을 수상했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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