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줬으니 1억원 내놔” 재건축사업 용역사 갈취, 60대 기자 징역형 집행유예

입력 2023-09-11 17:26:01

조합설립 인·허가 관련 힘써 준 명목 금품 요구 
업체는 부도 우려에 울며 겨자먹기 각서 써줘

대구법원 본관. 매일신문DB
대구법원 본관. 매일신문DB

재건축사업 인·허가와 관련한 대관(對官) 업무 편의를 봐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한 60대 기자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제1형사부(배관진 부장판사)는 부정청탁및금품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 및 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A(60)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한 언론사의 대구경북취재본부장인 A씨는 2020년 경산시 중방동 한 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조합장 B(67)씨로부터 사업 관련 용역계약을 맺은 회사 대표 C씨를 소개 받았다.

이곳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1988년 실입주가 이뤄졌으나 서류상 준공일자가 1997년이라 노후·불량 건축물 인정 여부가 불투명해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B씨는 C씨에게 "A씨는 경산시청, 경북도청 등에 밟이 넓어 도움을 많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고, A씨는 스스로 "관(官)은 내가 다 부드럽게 정리를 해주겠다"며 인허가 작업을 돕기로 했다.

A씨는 2021년 경산시에서 조합 설립인가가 이뤄지자 그해 9월 C씨에게 1억원을 요구한 후, 10월에는 '승인문제로 지급하기로 한 1억원을 상호 합의해 6천만원을 지급하기로 한다"는 합의서와 각서를 쓰게 강요했다. 당시 회사가 자금경색 상태에 있었던 탓에 C씨는 조합에서 받을 용역비 중 6천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겠다는 각서를 썼다.

A씨는 이보다 앞서 그해 6월 광고비 3억원 중 1억원을 자신에게 달라고 하는 내용의 각서를 요구하고 관련 내용을 녹취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불화가 생기자 "조합장에게 얘기해 돈 지출하는 거 전부 다 중단시키겠다. 당신 끝이다"고 말하는 등 C씨를 협박한 혐의도 받았다.

법원은 "피해 액수가 적지 않은 점, 피고인이 11차례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범행 경위나 내용을 볼 때 죄책이 나쁘다"면서 "다만 일부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과 벌금형 초과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