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분석도 제각각 "매우 이례적인 사건…원인 파악부터 해야"
대구시 "작은 연못과 웅덩이 등 서식지 조성 검토할 것"
"10년 전만 해도 여름이면 대명유수지 둑길이 새까맣게 보일 정도로 맹꽁이 천지였어요. 로드킬 위험에 처한 맹꽁이와 그 유생을 하루에만 1만5천 마리를 구조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맹꽁이 울음소리도 듣기 힘들지만요."
달성습지생태학교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석윤복(76) 씨는 지난 29일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2009년 달성습지에서 맹꽁이를 처음 발견하기도 했던 석 씨는 이후 10여 년간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를 돌아다니며 맹꽁이 보전활동과 생태연구에 시간을 쏟았다. 그러나 현재는 요란했던 맹꽁이 울음소리가 점차 멎어가는 모습을 지켜만 보는 상황이다.
한때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를 중심으로 수만 마리 규모로 군집을 이뤘던 맹꽁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맹꽁이 집단실종'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하며 저마다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6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매년 여름(6~8월)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 일대에서 맹꽁이 울음소리로 서식유무를 파악한 결과, 최근 6년 중 절반(2020년‧2021년‧2023년)만 맹꽁이 울음소리가 확인됐다. 다만 현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은 맹꽁이가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은 적이 많고, 관찰되더라도 1년에 1~2마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만 해도 둑길을 새까맣게 메웠던 맹꽁이들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조사된 바가 없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의 분석도 제각각이었으나, 현 사태를 바라보는 공통된 인식은 있었다. 대명유수지 일대의 환경이 더는 맹꽁이가 살아가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 됐다는 얘기였다.
맹꽁이 전문가로 알려진 변영호 경남양서류네트워크 대표는 맹꽁이 개체 수 급감에 대해 "아주 이례적인 사건"이라 평가했다. 변 대표는 "맹꽁이가 사라졌다는 건 대명유수지가 맹꽁이가 살지 못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육안 상으론 맹꽁이가 서식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환경"이라며 "지자체에서 원인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라고 지적했다.
오랜 시간 대명유수지를 지켜본 석윤복 달성습지생태학교 운영위원장은 맹꽁이 산란지가 사라져 버린 것이 주된 이유라고 주장했다. 맹꽁이는 1년 중 장마철에 물웅덩이 표층에 산란하는데, 더는 그럴 장소가 없다는 얘기다.
석 위원장은 "산란한 알이 부화한 뒤 맹꽁이의 모습을 갖추려면 최소한 20일 이상은 물을 가둘 수 있는 웅덩이가 필요하다. 그런데 올해처럼 이례적인 장마가 오는 게 아니면 대부분 비가 그친 뒤 1~2주만 지나도 전부 말라버린다"라며 "물론 기후변화의 영향도 있겠지만, 달성습지 외곽을 돌아가는 대구 4차순환도로 성서~지천 간 공사 등으로 일대의 빗물 유입이 차단된 게 치명적이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대명유수지 생태계 먹이사슬이 안정화된 결과라는 의견도 있었다. 정숙자 대구환경교육센터 사무처장은 "현재 맹꽁이 개체 수 급감은 산란 후 성체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개체가 살아남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며 "2년 전 전문가들과 함께 대명유수지 현장을 탐방했는데, 일대의 생태계가 여러 곤충이 우점하고 있어 맹꽁이 산란이 그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꼴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맹꽁이 서식지 주변을 습한 환경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라며 "낙동강 수위를 고려해 작은 연못과 웅덩이 등 맹꽁이 생태에 적합한 다양한 형태의 서식지를 조성하는 것을 검토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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