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단식 쇼

입력 2023-09-01 19:37:29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테렌스 맥스위니(1879~1920). 아일랜드 출신 시인이자 극작가이며 독립운동가이다. 1913년부터 영국 지배하의 아일랜드 독립 투쟁에 투신해 여러 번 투옥됐다. 1920년 반란죄로 체포돼 군사법정에서 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단식투쟁 끝에 74일 만에 사망했다. 이는 현재까지 단식투쟁 최장 기록이다.

그의 단식투쟁은 1980년대 아일랜드 지하 투쟁 조직인 IRA(아일랜드 공화국군)에 계승됐다. 그 전위에 바비 샌즈(1954~1981)가 있다. 테러 혐의로 체포돼 14년 형을 선고받자 자신을 테러범이 아닌 정치범으로 인정할 것을 영국 정부에 요구하며 단식을 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는 처절한 투쟁으로 71㎏이던 체중이 39㎏으로 오그라들며 66일 만에 사망했다.

인도 독립을 이끈 마하트마 간디의 주요한 투쟁 수단도 단식이었다. 평생 여러 차례 단식을 했는데 횟수는 14, 18, 21회 등 기록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모두 죽음에 이르지 않았다. 물을 마셨고 단식 기간도 대부분 20일 내외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웃기는 단식도 있다. 오래전 다른 언론사 정치부 기자에게 들은 얘기다. 지금은 고인이 된 한 전직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였을 때 정권에 항거하며 단식을 했다. 단식 기간 중 한밤중에 몰래 통닭을 먹다 기자들에게 들켰는데 기자들은 '봐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식탐(食貪)이 많은 그에게 단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사즉생의 각오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하지만 그것은 허울일 뿐 자신의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와 체포동의안 표결을 피하기 위한 '방탄 단식'이라는 의심을 피하지 못한다.

단식을 제대로 하면 72시간 이후부터는 몸이 변하면서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단식을 하는지 '쇼'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대표의 단식이 '쇼'인지 아닌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