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성매매 단속 중 신체 촬영 후 단체대화방 공유"…성매매 여성 손배소

입력 2023-08-30 13:08:45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관계자 등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관계자 등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성매매 단속에 적발된 나체의 여성을 증거 수집 명목으로 촬영한 후 이를 단속팀 단체대화방에 공유한 사실이 알려졌다.

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위법수사 국가배상소송 대리인단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경찰의 위법한 수사로 인권과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수사 관행 개선을 위해 국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지혜 변호사는 "경찰은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알몸 상태에 있는 성매매 여성 A씨의 신체를 촬영하고, 그 촬영물을 단속팀 15명이 모여 있는 단체대화방에 공유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경찰은 단속 현장에서 당연히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제처분에 해당한다"며 "요건이나 한계, 영장 발부 등 사법 통제 없이 무조건적으로 허용되는 행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매매 여성에 대한 위법한 수사가 오랜 기간 관행으로 반복돼 왔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로부터도 인권침해를 당하는 취약한 지위에 있다는 점을 알리고, 위법한 수사 관행을 바꾸기 위해 이번 국가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를 주장하는 A씨는 "수사 뒤에 한동안 카메라 셔터음이 들리는 듯한 착각을 달고 살았다"며 "아직도 단속 과정이 꿈에 나오고 제게 수치심을 줬던 남성 경찰의 얼굴이 뚜렷하게 기억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저와 같은 사례가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성매매가 불법이기 때문에 범죄자의 입장에서 부당함을 말할 수 없었거나 부당함을 외치더라도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이 계기가 되어 성 판매 여성에게 인권 침해적인 수사 관행이 멈췄으면 좋겠다"며 "부당한 수사 과정을 겪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얘기할 곳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선 7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 경찰의 행위를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경찰청장에게 성매매 단속 관련 규정과 지침을 제·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