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업인!] 진주완 삼익THK·삼익매츠벤처스 대표 "세계최고 수준 공간·동작 가치 창출"

입력 2023-08-31 15:27:39 수정 2023-09-01 10:13:12

22일 대구스케일업허브 3층 삼익매츠벤처스 사무실에서 진주완 대표가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2일 대구스케일업허브 3층 삼익매츠벤처스 사무실에서 진주완 대표가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공업용 줄, 쌀통, 산업 자동화, 메카트로닉스

언뜻 들으면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삼익THK'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주력 분야를 전환했다. 혁신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위험 부담도 뒤따랐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력과 강한 집념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을 일궜다. 외형 성장을 넘어 도전을 통한 사업 다각화는 업계 전반에 귀감이 되고 있다.

올해 창립 63주년을 맞은 삼익THK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한 벤처 투자사(VC) '삼익매츠(MATZ)벤처스'는 제2의 삼익THK를 꿈꾸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상생 구조를 확립해 신산업 발전의 동력이 되고 있다.

삼익THK와 삼익매츠벤처스를 이끄는 진주완 대표는 변하는 경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젊은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

▶ 자회사 '삼익 매츠(MATZ) 벤처스' 사명이 눈에 띈다.

- MATZ는 'Me at the zoo'의 줄임말이다. 이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업로드된 첫 게시물의 제목이다. 내용을 보면 별 게 없다. 동물원을 찾은 한 청년이 코끼리 앞에 서서 말하는 짧은 영상이다.

2005년 당시 유튜브는 작은 기업이었지만 불과 10년이 지나지 않아 혁신을 상징하는 플랫폼이 됐다. 이처럼 초창기엔 작지만 장차 큰 미래를 꿈꾸는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 최근에는 'Meet at the Zenith'라는 뜻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정상에서 만나자는 좋은 의미를 담았다.

▶ 창업투자사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

- 삼익THK는 제조업 기반의 기업이다. 창업투자사는 금융업에 가깝다. 물론 제조업하는 회사에서 무슨 금융업을 하느냐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면 기술력과 전문 인력이 필수적이다. 지역 내 창업기업과 연계가 가능하다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가령 우리는 자동화 설비 전반을 다루는데, 센서에 특화된 기업이 있다면 협업을 하면서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초창기 기업들은 기술력은 있지만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히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컨설팅을 통해 기반을 쌓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선한 영향력'을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 투자사 대표로서 바라보는 대구 창업 환경은?

-직접 부딪혀보면서 어려움을 체감했다.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다. 수도권에 인프라가 집중돼 있다 보니 출장이 잦아졌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벤처 업계는 변화가 빠른 편이다. 직접 발로 뛰고 각종 모임에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지역에서 성장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투자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작년 10월에 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5월 대구 사무실을 정식으로 오픈했다. 곧 펀드를 조성하고 올해 안에 직접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 매츠벤처스 본사를 벤처밸리에 둔 이유가 있나?

- 벤처 투자사가 창업가들이 모여있는 '대구 스케일업 허브(DASH)'에 입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개인적으로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해외 건축가를 섭외해서 보다 특별한 공간을 만들었다. 회의를 하는 미팅룸 외에도 자유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테라스, 클라우드를 함께 만들었다. 몰입할 수 있는 포커스존도 마련돼 있다. 입구에 조형물은 수 많은 나무로 이뤄진 숲을 상징하는데 상생발전의 의미를 담았다.

동대구역에서 가까운 위치라 미팅을 하기 편리하다. 삼익THK 본사가 있는 성서산업단지로 출근을 했다가 오후 늦게 와서 업무를 보기도 하고, 주말에도 자전거를 타고 매츠벤처스 사무실에 혼자 와서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도 있다. 이곳을 거점으로 벤처 활성화의 꿈을 이루고 싶다.

▶ 삼익THK 대표 취임 후 강조하는 가치가 있다면

-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6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진영환 회장님의 '3정 문화'가 있었다. 정도의 정(正)·정성의 정(精)·인정의 정(情)을 추구하는 기업문화는 고객의 신뢰로 이어졌다. 여러 자산이 있겠지만 이런 가치관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됐다.

대표가 되기 전부터 구상한 비전을 제시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설정하고 영역을 확장하려고 노력 중이다. CEO도 좋지만 그전에 CPO(Chief Purpose Officer)가 되고 싶다.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이루는 과정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도·협력·창의·책임을 뜻하는 영어 단어 첫 글자를 따서 ECCO 문화를 확립하려고 한다.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몸에 벤 습관으로 만들어 목표점에 도달하고자 한다.

인재 양성은 필수다. 교육에 대한 조언 중에 인상깊은 말이 있다. '교육은 콩나물 시루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물을 부어도 아래로 빠져나가고 아무 소용 없다고 느껴지지만 어느새 무성한 콩나물이 자라난다. 당장 성과가 없다고 해도 인재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고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된다.

▶ 이루고 싶은 구체적인 목표는?

- '세계 최고수준의 공간과 동작의 가치창조 기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수공구인 줄로 시작해 쌀통, 자동화설비, 메카트로시스템까지 변화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삼익THK가 됐다. 현재는 스마트팩토리 전반을 아우르는 시스템 공급 기업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 중요하다. 자동화에 국한되지 않고 공간·동작 기술 혁신을 주도해 나가겠다. 올해를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국내 시장이 주 무대였다면 해외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폴란드, 중국 등 3개국에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고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에베레스트 최초 등반에 성공한 1953년 이후 1977년까지 정상을 정복한 인원은 58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연간 수백명이 정상에 오르고 있다. 그 배경을 보면 등반을 시작하는 베이스캠프 높이가 올라간 영향이 크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차근차근 올라가면 된다. 시작점의 고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