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공교육 멈춰서 ‘교권’을 찾자는 말인가

입력 2023-08-29 18:30:00 수정 2023-08-29 20:29:57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지난달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젊은 교사의 49재에 맞춰 교사들이 집단 연가 등의 방식으로 '우회 파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교사 단체들은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해 단체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9·4 공교육 멈춤의 날' 사이트에 따르면 29일 오후 2시 현재 전국 1만892개 학교에서 8만3천903명이 공교육 회복을 위한 행동에 동참하겠다고 서명했다. 대구 489개교 2천751명, 경북 528개교 3천725명 포함이다. 이날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한 학교는 전국 543곳이다.

일부 학부모들도 "공교육이 바로 서는 게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며 교사들의 우회 파업과 임시 휴업에 찬성하기도 했다. 교사들을 지지하고 싶어 다음 달 4일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학부모도 있었다.

20대 새내기 교사가 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교권 회복이 왜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공감을 보내는 것이다. 얼마 전 교육부 소속 한 학부모가 교사에게 편지를 보내 "우리 아이는 '왕의 DNA'를 가졌기 때문에 왕자에게 대하듯이 듣기 좋게 말하라"는 요구는 교단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러면서 교권이 더 이상 바닥에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지지 또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최근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에서도 학교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교권 보호 대책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원회에서도 정당한 학생 지도와 유아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면책권 부여 법안이 통과됐고, 교권 회복 및 보호를 위한 다른 법안 마련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내기 교사 추모와 함께 교권 회복을 밀어붙이기 위해 공교육을 멈춰 세워서는 안 된다. 6·25전쟁 속에도 교육은 멈추지 않았다. 선생님들의 절박감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선생님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학습권 또한 존중받을 소중한 가치다. 교육부가 "9월 4일 부당한 사유로 병가나 연가를 낼 경우 복무 점검을 통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학교장이 임시 휴업을 강행하는 것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징계가 가능하다.

교육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진행된다면 교육부의 사후 조치와 선생님의 순수한 결의가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진보 성향 교육감은 공교육 멈춤을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불법행위를 부추기고 있다. 전교조는 "재량휴업일 지정, 개인 연가 사용을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하는 교육부를 규탄한다"며 '공교육 멈춤의 날'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교육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교사 추모를 이유로 또 정치가 교육에 끼어들고 있음을 경계한다. 정파적 이념에 따라 학교 현장이 분열되고 어지럽혀진 것을 학부모들은 지켜봤다. 전교조는 학교와 교사들이 문제 해결에 스스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실천이라고 하지만, 선생님의 행동은 선생님다워야 한다.

아무리 대의명분이 있어도 학생들을 내팽개치면서까지 얻는 교권 확립은 응원을 받기 어렵다. 9월 4일 모든 학교가 학교별로 1교시 수업 전에 추모 묵념을 학생들과 함께 하기를 제안한다. 학생들도 선생님의 상처 입은 마음을 헤아리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