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오일머니'로 축구 스타들 빨아들여

입력 2023-09-01 14:38:45 수정 2023-09-01 20:06:20

호날두를 시작으로 벤제마, 네이마르 등 스타들 줄줄이 사우디행
세계적 공격수 살라흐 영입에 관심…스티븐 제라드 감독도 알에티파크로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 알나스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알아왈 파크에서 알샤바브를 상대로 열린 2023-2024 사우디 프로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두 번째 페널티킥을 터뜨린 뒤 골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 알나스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알아왈 파크에서 알샤바브를 상대로 열린 2023-2024 사우디 프로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두 번째 페널티킥을 터뜨린 뒤 골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가 '오일 머니'를 앞세워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사우디 축구 구단들의 잇따른 영입 경쟁은 지난 1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알나스르 이적 때부터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선 호날두 이적에 대해 38살의 기량이 떨어진 '노장'이 '오일 머니'에 이끌렸다는 부정적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올여름 이적시장이 열린 뒤 사우디가 본격적으로 돈을 풀면서 '축구 스타들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지난해 발롱도르 수상자인 '카림 벤제마'가 스페인의 명문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벗고 알이티하드로 향한 데 이어 ▷은골로 캉테(알이티하드) ▷리야드 마레즈(알아흘리) ▷사디오 마네(알나스르) 등 유럽 리그에서 이름을 떨친 스타들이 줄줄이 사우디로 떠났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브라질의 '스타' 네이마르가 사우디 구단인 알힐랄을 택해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는 알힐랄과 2년 계약을 맺으면서 연봉 1억5천만 유로(약 2천190억원)를 받는 것으로 전해져 '오일 머니'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하고 있다.

베테랑 스타들 뿐 아니라 밀린코비치-사비치(28), 후벵 네베스(26·이상 알힐랄) 등 전성기가 한창인 20대 선수들도 유럽 생활을 접고 사우디행을 택했다. 선수 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사령탑으로 영입됐으며, EPL 리버풀 '캡틴' 출신인 스티븐 제라드 감독도 알 에티파크의 지휘봉을 잡는 등 스타 감독들도 사우디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근엔 사우디 구단인 '알이티하드'가 EPL 리버풀에서 뛰는 세계적인 공격수 '무함마드 살라흐'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알이티하드가 살라흐 영입을 노린다는 내용과 함께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리버풀은 알이티하드의 어떤 제안에도 응할 생각이 없다. 살라흐는 지난해 리버풀과 3년 계약도 맺었다"면서도 "사우디 리그의 이적 시장은 9월 20일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추가로 유럽에서 뛰던 선수들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사우디 구단들의 속칭 '돈 잔치'로 인해 세계 축구선수들의 연봉 상위 10명 중 8명이 사우디 리그에 속할 정도다. 호날두와 벤제마가 각각 2천920억원의 연봉을 받아 1위에 올랐고, 뒤를 이어 3위 네이마르(2190억원), 4위 캉테(1461억원) 등이다.

사우디의 이같은 움직임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016년 제시한 '사우디 비전 2030' 때문이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국가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그중 축구나 골프 등 엔터테인먼트도 포함돼 있다.

실제 이적시장을 주도한 알나스르, 알이티하드, 알힐랄, 알아흘리 4개 구단의 돈은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으로부터 나온다. PIF의 자금 규모는 6천억 달러(약 804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축구계는 이같은 사우디의 움직임을 경계하면서도 단순히 스타 선수들만 영입한다고 사우디 프로축구가 세계적인 무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EPL 최고경영자인 리처드 마스터스 회장은 "사우디 리그를 걱정할 필요 없다. EPL은 인지도, 경쟁력, 수익 등의 측면에서 지금 위치에 도달하는 데 30년이 걸렸다"고 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수장인 알렉산더 체페린 회장도 1일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우디 리그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우리는 중국 리그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봤다"라며 "중국도 엄청난 돈으로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중국 축구는 발전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뛰던 네이마르(브라질)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 알힐랄과 계약한 뒤 새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뛰던 네이마르(브라질)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 알힐랄과 계약한 뒤 새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