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모친상에는 조의문 보낸 북한…尹 부친상은 '침묵'

입력 2023-08-16 09:23:35 수정 2023-08-16 09:25:52

남북정상회담 만났던 김대중·노무현 별세에는 '애도' 표명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친상 당시 조의문을 보냈던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별세 소식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16일 오전 8시 기준 북한 매체 등에서는 전날 윤 대통령 부친상과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없는 상황이다. 이후에도 별다른 입장 없이 침묵을 이어간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부모상을 당한 것은 이번 윤 대통령이 두 번째다. 첫 번째로 문재인 대통령이 모친상을 당했는데 당시 북한은 직접 조의문을 보낸 바 있다.

북한은 2019년 10월 29일 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가 별세한 이튿날 판문점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의문을 전달했다. 당시 '하노이 노딜' 이후로 남북관계가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덕분에 조의로 이어진 것으로 읽혔다.

반면 윤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안면이 없고 현재 남북관계 분위기도 냉랭한 상황이다. 이에 북한이 윤 대통령의 부친 별세에 대한 조의를 표명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북한은 그간 인연을 맺었던 남한 인사의 별세 소식에는 조의를 표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별세 이틀 뒤인 2009년 5월 25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로 조의문이 전달됐고, 같은 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별세에도 김정일 위원장이 조문단을 파견했다.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각각 2000년과 2007년에 남북정상회담으로 김정일 위원장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아울러 북한은 2001년 3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별세했을 때 남측에 조문단을 보내기도 했다. 2003년 8월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별세 당시에는 조문 대신 금강산에 마련된 현대 측 분향소를 찾아 추모의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북한은 조의를 표한 경우라도 그 직후 미사일 발사를 비롯해 무력시위를 단행했다. 남측 지도자에게 예우를 갖추는 애도와 남북관계는 무관하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2019년 10월 31일 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낸 지 3시간 만에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또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조의문을 보냈다고 발표한 지 4시간 만에 2차 핵실험을 강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