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철근 누락 아파트 파문에 따른 조직 혁신 첫 조치로 상임이사 전원 사직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알고 보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었다. 이 사장은 상임이사 5명 중 4명의 사표를 그날 바로 수리했다고 했지만, 정작 이들 중 2명은 임기가 이미 끝났으며 나머지 2명도 다음 달 만료될 예정이라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또한 이 사장은 상임이사 '전원'의 사직서를 받았다는 식으로 중대한 결단을 한 듯 말했지만 정작 LH의 상임이사는 총 7명이다.
국민들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이런 말장난을 하는 것인지 기가 막힌다. LH의 임원 사직 쇼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21년 직원 땅 투기 논란이 빚어졌을 때 LH는 조직 쇄신을 위해 상임이사 4명을 경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때에도 경질된 4명 가운데 2명은 임기가 9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LH는 경질시킨 상임이사 4명 모두를 연봉 1억 원에 2년 임기 보장인 LH 사내대학 교수로 임용했다.
국민들을 바보로 생각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금방 들통날 꼼수를 쓰지는 못할 것이다. LH는 큰 잘못을 저질러 국민적 공분이 일 때마다 뼈를 깎겠다며 이런저런 쇄신안을 내놓았지만 매번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LH가 내놓은 조직 쇄신안의 첫 단추 격인 상임이사 사퇴 카드가 이 모양이니 다른 조치들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LH는 아파트 주차장 철근 누락으로도 성이 안 찼는지 조사와 보고, 통계까지 빼먹었다.
내부적 자정(自淨)이 안 된다면 남은 것은 외과적 수술뿐이다. LH가 지금까지 위기 때마다 보여 준 혁신 방안 중 상당수가 허언(虛言)이었음이 드러난 마당이니 기능과 조직을 건드리는 수준의 환골탈태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LH 임직원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LH 해체론'을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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