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대전에서 흉기 기습 공격에 허벅지를 찔린 남성이 몸을 피했지만 범인이 계속 다가오자 발로 차고, 범인이 쓰러진 뒤 흉기를 빼앗기 위해 발로 찼다는 이유로 '상해 사건 피의자'가 됐다. 정당방위가 아니라 폭행죄로 처벌 받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 범위가 논란이 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2년에는 상대의 칼에 두 번 찔린 뒤 상대를 공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이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2021년에는 상대가 휘두르는 흉기에 팔을 다친 사람이 상대의 손을 내리쳐 흉기를 떨어뜨리게 한 뒤 넘어뜨리고 발로 수차례 차는 바람에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했다.
형법상 정당방위 인정 요건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 ▷자신 또는 타인의 법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목적 ▷방위 행위에 대한 상당한 이유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상대방의 흉기를 떨어뜨리도록 손을 내리치는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하지만, 상대가 흉기를 떨어뜨린 후 상대를 때려 다치게 했다면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집에 침입한 괴한의 흉기를 빼앗고, 폭행해 유죄 선고를 받은 경우도 있다. 상대의 주먹질에 방어 차원에서 상대를 공격해 다치게 한 경우도 폭행죄로 처벌을 받거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도망가거나 맞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회질서의 안정성'을 이유로 법원이 정당방위의 범위를 매우 좁게 인정하기 때문이다.
정당방위를 과도하게 인정할 경우 사적 복수가 늘어나고, 이를 악용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행 정당방위 인정 요건은 너무 까다로워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최소한도'로 상대에게 위협을 행사하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범행 현장의 현실과 법원의 판단 사이 괴리가 큰 것이다. 정당방위를 악용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피해자가 억울한 가해자가 되는 일이 없도록 정당방위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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