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금융권에서 826억8천만 원이란 역대 최고 수준의 임직원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7년 동안 금융권 임직원의 횡령액은 1천816억 원에 이른다. 최근엔 BNK경남은행에서 한 간부가 수년간 500억 원대를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구멍가게도 아닌 금융회사가 이렇게 허술하다니 말문이 막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 금액은 1천816억590만 원이다. 횡령을 한 임직원 수는 202명이다. 횡령액은 2017년 89억8천870만 원에서 지난해 826억8천200만 원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7월까지는 580억7천630만 원이다. 횡령 손실액 가운데 환수액은 224억6천720만 원(환수율 12%)에 불과하다. 장기간 빼돌려 숨긴 돈은 환수가 어렵다고 한다.
금융 당국은 횡령 사고 때마다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횡령액은 증가 추세이다. 지난해 4월 우리은행에서 7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당국은 은행의 내부 통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BNK경남은행에서 5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부장급 간부가 2016년 8월부터 돈을 빼돌렸지만, 은행은 전혀 몰랐다. 내부 통제 시스템은 무용지물이었다. 검찰이 다른 사건으로 이 간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횡령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신뢰는 금융업의 가장 기본이다. 금융권에서 횡령 사고가 빈발하면, 누가 돈을 맡기겠는가. 은행의 내부 감사 시스템이 왜 작동하지 않는지 따져야 한다. 횡령 사고가 발생한 금융회사의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니 사고가 재발하는 것이다. 금융 당국의 책임도 무겁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고 때 내부 통제의 문제점을 시인했다. 그런데도 사고가 끊이지 않으니, 원점에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 횡령 사고가 허술한 제도 탓인지, 방만하고 태만한 금융회사 조직의 문제인지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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