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정당행위·정당방위 적극 검토" 지시
정당방위 요건 까다로워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기도
전문가들 "재판부가 정당방위 폭넓게 인정해야"
최근 '묻지마 흉기난동'이 잇따라 발생하자 형법상 정당방위의 기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당방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탓에 경찰과 일반시민 모두 흉악범 제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법령과 판례에 따르면 흉악범 제압 과정에서의 정당한 물리력 행사는 정당행위·정당방위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위법성 조각 사유'에 충분히 해당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경찰 등의 물리력 행사에 정당행위·정당방위를 적극 검토해 적용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오게 된 이유는 아리송한 정당방위 규정 탓이 크다. 형법에 따르면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선 ▷현재의 부당한 침해 ▷자신 또는 타인의 법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목적 ▷방위 행위에 대한 상당한 이유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정당방위 요건들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까다로워 자칫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4월 인천의 한 공원에서 친구가 휘두른 흉기에 팔이 찔린 A씨가 반격을 하다 친구에게 전치 5주의 상해를 입혔다. 당시 A씨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상대가 흉기를 놓친 후에도 폭행을 했고, 그 강도가 과도해 과잉방위 해당한다"고 했다.
경찰의 체포 과정도 경우에 따라선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도 한다. 외국인 마약사범을 체포하던 대구경찰관이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검찰은 경찰이 수갑을 채운 이후에도 무리하게 폭력을 가했다는 이유로 독직폭행, 직권남용 체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1심과 2심에선 경찰의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역의 한 경찰은 "경찰들 사이에서는 범인 검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폭력을 사용할 경우 일부러 한 대 맞고 다치는 게 뒤탈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테이저건 등을 사용하더라도 범인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경찰 개인이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생각에 도망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년 넘게 홀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전모(24) 씨는 "주변에서도 행여 편의점에 흉기를 든 사람이 위협을 가한다면 무조건 도망가라는 조언을 많이 받고 있다"며 "괜히 경찰이 오는 시간을 벌기 위해 무리하게 나섰다가 되려 내가 다치는 등 여러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협소하게 적용된 정당방위의 범위를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주현 변호사는 "지금껏 정당방위의 현재성, 상당성 등이 지나치게 고려돼 예방적 정당행위도 제대로 인정이 안됐던 만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당방위의 기준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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