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중3 아들 칼부림범 몰아 제압…피범벅인데 사과도 안해"

입력 2023-08-07 07:53:05 수정 2023-08-07 08:08:49

"경찰, 사건 확인이 먼저라는 핑계로 사과도 안 해"
경찰 "부모 만나 대화할 예정"

한 10대 중학생이 흉기 난동범으로 오해를 받고 경찰에게 제압당하면서 부상을 입은 가운데, 해당 학생의 부친은
한 10대 중학생이 흉기 난동범으로 오해를 받고 경찰에게 제압당하면서 부상을 입은 가운데, 해당 학생의 부친은 "경찰은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흉기 난동범으로 오해를 받은 10대 중학생이 경찰에게 강압적으로 제압당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해당 학생의 부친은 "경찰은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고, 경찰 측은 검문 과정에서 난감한 상황이 있었다며 학생의 부모를 만나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의정부시 금오동 칼부림 관련 오보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사건 피해자는 중학교 3학년인 16살 제 아들 B군이고, 저는 피해자의 아빠다"며 "중학생 남자아이가 집 앞에서 러닝하다 돌아오는 길에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글을 썼다.

피해자 가족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인 5일 오후 10시쯤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부용천에서 검정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칼을 들고 뛰어다닌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인근 지구대 인력과 형사 당직 등 직원을 동행해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해당 남성을 추적했다.

그러다 사복 경찰 2명이 하천에서 검정 후드티를 입고 이어폰을 착용한 채 운동 중인 B군과 마주쳤다. B군은 당시 하천가 인근 공원에서 축구하던 아이들을 구경하다가 다시 러닝을 위해 뛰었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아이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A씨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B군을 마주쳤는데, 이 과정에서 신분과 소속 등은 물론 미란다원칙도 밝히지 않고 제압하려 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경찰관들이 사복을 입었던 탓에 B군을 겁을 먹고 반대 방향으로 뛰어갔고, 이후에 넘어지면서 경찰들에게 강압적으로 제압당했다고 한다.

A씨는 "아들은 이러다가 죽을까 싶어서 살려달라고, 자기는 중학생이라고 소리 질렀다"며 "하지만 경찰이 강압적으로 수갑을 채웠다.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고 그 중 아들 친구들이 '제 친구 그런 애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대로 지구대까지 연행됐다"고 했다.

이어 "아들이 전화로 '아빠 지구대로 와줘야 한다'고 울었다"며 "영문도 모르고 지구대로 한숨에 뛰어가니 우리 아들은 전신에 찰과상과 멍이 들었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경찰 팀장이라는 분은 사과 한마디 없이 사건 내용을 들어보라고 핑계만 댔다. 강제 진압 과정에서 자신의 팀원 1명도 다쳤다는 얘기부터 하는데 분통 터져 죽을 뻔했다"고 했다.

A씨는 또 "아이에게 사과해달라고 했지만 경찰들은 사건 확인이 먼저라는 핑계로 대답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아이가 정신적으로 충격이 심해서 걱정이다"고 했다.

그는 "형사들과 얘기를 해보니 칼부림 사건으로 범인 검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며 "무고한 피해자들이 없도록 검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점은 동의한다. 하지만 잘못된 신고로 미성년자까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무섭다. (해당 사건은) 끝까지 책임을 묻고 사과를 받을 생각이다"고 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형사들이 검문을 위해 신분증을 꺼내려던 순간 A군이 도망을 가 넘어졌다. 한쪽은 제압하고 한쪽은 벗어나려는 그런 난감한 상황으로 벌어진 사고였다"며 "부모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대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