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넘긴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조사 결과를 회수하고, 해병대 수사단장을 보직 해임했다. 일각에서 수사 책임자를 문책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국방부는 '그럴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 이첩을 둘러싼 국방부의 조치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다.
국방부는 2일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회수했다. 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이첩 대기를 지시했는데, 이를 어기고 이첩했다는 이유로 해병대 수사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수사단을 조사하고 있다. 채 상병 사망사건은 해병대가 구명조끼 하나 없이 하천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부대 지휘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건인데도, 해병대 수사 책임자가 가장 먼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종섭 장관의 이첩 대기 지시와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에 의문이 든다. 해병대 수사단은 사건을 조사하면서 해병대 1사단장 등 일부 지휘관을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납득하기 어렵다. 수사단장이 왜 징계를 무릅쓰고 이첩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건 수사는 경찰이 한다. 지휘관들의 혐의 여부는 경찰이 판단할 문제이다. 국방부가 해병대 조사 결과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모르겠다. 앞서 군 당국은 지난달 31일 예고된 조사 결과에 대한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를 갑자기 취소하기도 했다.
2021년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사건에서 군 내부의 사건 축소·은폐가 드러났다. 들끓는 비난 여론을 반영해 지난해 7월 군사법원법이 개정됐다. 범죄에 의한 군인 사망사건과 관련해서는 민간 경찰이 수사를 맡게 된 것이다. 군 당국은 군 범죄 수사 권한이 경찰로 넘어간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더 이상 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채 상병 부모는 4일 국방부 기자단에게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될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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