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윤희근 경찰청장이 "흉기 난동 범죄에 대해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경찰 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으며, 경찰관에 대한 면책 규정을 적극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경찰에서는 이런 선언이나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찰관의 적법한 직무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보상에 관한 법)이 별 효과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찰청 예규는 권총 사용 시 구두 또는 공포탄으로 경고 후 '최후 수단으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장 상황이 급박한 경우 이를 생략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퇴부 이하 상해 최소 부위를 조준하도록 되어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권총으로 대퇴부 이하 상해 최소 부위만 조준해서 사격한다는 게 말처럼 간단한가?
경찰이 범인 체포나 시위 진압 과정에서 과잉 대응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흉기를 휘두르는 자를 총을 쏴 체포했는데, 형사적 책임은 없지만 민사적 책임을 물어 배상하라는 판결, 흉기를 든 범인에게 총을 쐈는데, 대퇴부 이하를 맞히지 못했다는 이유로 배상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난동을 부리고, 경찰을 폭행해도 인권침해 시비에 휘말릴까 봐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 놓고 일이 커지면 경찰의 미흡한 대처를 비난하기 일쑤다. 경찰청은 총기나 테이저건을 적극 사용하라고 하지만, 일선 경찰들은 소송당할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경찰의 면책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안다. 그렇더라도 흉기를 휘두르고 폭력을 일삼는 자에게 인권침해니 과잉 진압이니 하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본다. 범인이 무고한 시민이나 경찰을 때리거나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는데, 진압·체포 과정에서 범인이 크게 다쳤다고 이것을 경찰이 배상해야 한다는 말인가. 공권력이 무너지면 피해를 보는 것은 선량한 시민들이다. 일선 경찰관들이 정당한 공권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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