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괴사' 두 남성…잠들면 돌로 찍기 벌칙 때문이었다

입력 2023-08-01 17:48:49

현금 채무관계 정리 위해 '끝장 토론" 펼쳐
SUV 차량서 3주간 잠들면 서로 때려서 깨워

물음표 이미지. 매일신문DB
물음표 이미지. 매일신문DB

최근 전남 여수 한 도로 졸음쉼터에서 허벅지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 발견된 30대 남성 2명의 사상 경위와 관련된 추가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에 발견된 당시 A(31)씨는 허벅지 과다출혈 등으로 이미 숨진 상태, B(30)씨는 허벅지 괴사에 따른 중태 상태였다. 이들은 같은 차량에 함께 있었는데 사망 현장에서 보기 드문 모습이라 사건 경위를 두고 많은 의문을 낳았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전남 여수경찰서는 지난다 29일 여수 소라면의 한 졸음 쉼터에서 발견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동승자 A씨에 대한 부검을 최근 진행했다.

그 결과 사망 원인은 둔기로 맞은 허벅지 상처에 의한 패혈증과 과다출혈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차량 운전자 B씨도 허벅지 괴사로 중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두 남성은 2020년쯤 인터넷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후 친구로 지냈다. 둘 다 혼자 살며 일용근로 등으로 생활비를 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수시로 게임머니와 현금을 빌려주거나 갚았고, 종종 다투기도 했다.

그러다 두 사람은 지난달 초 게임머니와 현금 채무관계를 정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 돌아가지 않고 잠도 안 자는 이른바 '끝장 토론'을 펼치기로 했다는 것.

이들은 처음에는 말싸움을 하다 상대방이 잠들면 뺨을 때리거나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그럼에도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들면 상대방 허벅지를 돌멩이로 5차례 내려쳤다.

두 사람은 뒤탈을 없애기 위해 '피해승낙확인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둘은 선배 명의의 차량에서 3주가량 거의 잠을 자지 않은 채 말싸움을 이어갔고 이 과정에서 서로의 허벅지를 돌로 내리쳤다고 한다. 돌을 손으로 막다가 손등에 상처가 나기도 했다. 돌로 맞은 허벅지에는 피부 괴사가 일어났다.

그러다 결국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40분쯤 A 씨가 전남 여수시 소라면 자동차전용도로 졸음쉼터에 주차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조수석에 앉은 채 숨졌다.

B씨는 상해치사 혐의로 입건된 채 전남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