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지난 6월 13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를 주제로 국민참여 토론을 진행한 결과, 모두 18만2천704표 가운데 71%(12만9천416표)가 제재 강화에 찬성했다. 게시판 댓글 토론에서도 올라온 글 약 13만 건 중 10만 8천여 건(82%)이 과도한 집회·시위로 피해를 본다며 국민 일상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집회·시위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26일 관련 부처에 권고했다.
국민참여 토론이나 댓글 토론이 국민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참여민주주의가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한 우리나라 여론 환경을 볼 때 70~80%에 이르는 절대다수가 현재의 집회·시위 행태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대구퀴어축제에서도 논란이 됐듯이 버스만 다니는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주머니 가벼운 노인들이 버스 통행이 막혀 발만 동동 굴렀다면 집회의 권리가 시민 이동권을 침해한 것이다.
내 권리가 중요하다면 다른 사람의 권리도 소중하다. 내가 참여한 퇴근길 집회는 누군가에게는 퇴근 후 휴식권을 강탈당한 지옥의 퇴근길이 될 수 있고, 택배나 택시 기사, 배달 노동자에게는 중대한 생존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내가 틀어놓은 스피커 시위가 정의로운 목소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단잠을 깨우는 고통스러운 굉음이 될 수 있다. 이렇듯 공동체 구성원들의 권리는 기본적으로 충돌 구조를 갖는다.
대통령실은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이용 방해와 주요 도로 점거 ▷확성기 소음 ▷심야·새벽 집회 등의 방지를 위해 시행령을 개정하는 등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고 조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시행령은 물론, 모법인 집시법도 손봐야 한다. 정부 방침에 부정적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수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권리의 상충을 최소화해 국민 통합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 본연의 임무라는 점을 야당이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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