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어쨌거나 사람은 살고 있다

입력 2023-07-27 11:35:38

대성당(레이먼드 카버/ 김연수 옮김/ 문학동네/ 2022)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는 1938년 오리건주에서 제재소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959년 치코 주립대학에서 문학적 스승인 존 가드너를 만나고 그 이듬해 단편소설 '분노의 계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이어 시집과 소설집을 내지만 불안정한 생활로 두 번의 파산 신청을 하고, 네 번에 걸쳐 입원해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는다. 16세에 결혼을 하고, 1957년에 첫딸이 태어나면서 십 대에 아버지가 되고, 다음 해에 아들이 태어나지만 1982년에 아내와 이혼을 한다. 1977년 11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작가회의에서 만난 시인 테스 갤러거와 1988년에 재혼을 하지만 그해, 쉰 살의 나이에 아내 곁에서 눈을 감고 만다.

'대성당'은 레이먼드 카버가 쓴 12편의 단편소설집이다. 전체적으로 검정에 가까운 무채색의 분위기로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그가 시인이기도 한 탓일까. 소설은 결코 친절하지 않다. 제목도 특이하다. 소설 속에 나오는 단어, 특히 대화 속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생일날 뺑소니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의 이야기다. 생일날 아들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을 한 까닭에 생일 케이크 주문한 것을 잊고 빵집 주인의 전화를 오해한다. 아들이 죽고 난 후에야 생일 케이크 생각이 나 빵집을 찾아간 부부, 부인은 "당신을 죽이고 싶었어요." 하며 아들이 죽었다고 오열한다.

빵집 주인은 "아마 제대로 드신 것도 없겠죠." 하며 자신이 만든 따뜻한 롤빵을 내놓으며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한다. 먹는 것을 보고 허기를 느끼는 일, 그 허기를 채우는 행위가 결국 살아있게 하는 힘이다. 작가는 모든 생각과 판단은 독자의 몫이라는 듯 주인공들의 행위만 촘촘하게 묘사할 뿐이다. 밝지도 친절하지도 않기에 독자의 해석이 분분한 것이리라. 레이먼드 카버를 리얼리즘의 대가, 최고의 단편소설가로 평하는 것은 아마도 형용사 부사를 최소한으로 쓰면서도 독자가 영상을 보고 있다 착각할 정도로 정밀한 묘사를 해내는 문체의 힘이 아닐까 한다.

'대성당', 불편하고 불친절해도 어쨌거나 사람은 살고 있다. 소설 말미에 실은 해설이 또 한 편의 소설처럼 읽힌다. 소설이 훅 치고 들어온다. 확인해 보라.

강여울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