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행 9번 타고 갈 수 있는 곳…부계파출소 인근 수제 도넛 맛집 소문
호주에서의 경험 바탕으로 7가지 종류 도넛 선보여
군위군이 대구광역시의 식구가 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아직은 '대구광역시 군위군'이라는 호칭이 낯설 수도 있지만 이제는 군위도 엄연한 대구의 한 식구다. 군위군이 대구광역시에 새로운 기초자치단체가 된 만큼 카페 매니아들이 갈 곳 또한 늘어났다. 군위에 갈 만한 카페 한 곳을 알아봤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 지도 서비스에 '군위 카페'를 검색하면 꽤나 많은 곳이 소개된다. 군위군청과 같은 관공서가 많이 몰린 곳은 대구와 비슷하게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카페 매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특색있는 카페들은 팔공산터널을 지나 79번 지방도 주변, 화본역 등에 위치해 있다. 아마 팔공산으로 드라이브를 왔다가 지나가는 손님들을 잡기위해서일 것이다.

◆ 급행 9번 타고 먹으러 가자
군위에 있는 많은 카페들 중 문을 연 지 1년 반 정도 된 카페인 '리틀 맨리'는 이야기할 지점이 많은 곳이다. 군위군 부계면 부계파출소 인근에 위치한 '리틀 맨리'는 커피와 도넛으로 특색을 잡은 곳이다. 팔공산 너머에 있다지만 접근성은 나쁘지 않은 수준을 넘어선다. 일단 팔공산터널을 통과하면 대구에서 1시간 이내로 닿을 수 있고, 상주영천고속도로 동군위 IC와도 가까워서 경북 타 지역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근이 가능하다. '리틀 맨리' 맞은편에 부계공영주차장이 있어 주차도 부담스럽지 않다.
자동차 소유자만 갈 수 있는 먼 곳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리틀 맨리' 앞에는 급행 9번이 서는 '창평1리' 버스정류장이 있다. 만약 자동차가 없는 도넛 팬이라면 도시철도3호선 칠곡경대병원역이나 팔거역에서 급행 9번 버스로 갈아탄 뒤 '창평 1리'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만나볼 수 있다.

◆ 까딱하다가는 '솔드아웃'
'리틀 맨리'의 서이록(32) 대표는 "예전에 호주에 2~3년 정도 머물면서 도넛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경험이 제 인생에 긍정적으로 남아 있었다"며 "그 때 맛 봤던 도넛을 바탕으로 지금의 '리틀 맨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카페 이름인 '리틀 맨리' 또한 호주의 해변가 중 하나인 '리틀 맨리 비치'(Little Manly Beach)에서 따 온 이름이다.
이 곳에서 만드는 도넛 종류는 7가지다. 가짓수가 많지는 않은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프랜차이즈 도넛 브랜드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아닌, 수제 도넛으로 소량 생산하기 때문이다. 평일에는 하루에 100개 가량, 주말에는 200~300개 가량 만드는데, 이 곳에서 만드는 도넛 자체가 링 도넛에 크림을 넣는 등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방식이다 보니 생산량을 많이 늘리기는 어렵다고.
가장 많이 나가는 도넛은 '버터넛'이라고 해서 링 도넛 위에 버터글레이즈를 바르고 그 위에 피스타치오 너트를 뿌린 제품이다. 한 번 맛 보고 싶었으나 한 발 늦었다. 기자가 도착하기 전 이미 이날 생산된 도넛의 대부분이 팔려 품절됐기 때문이었다.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는 서 대표가 준비해 준 도넛은 '피비 위드 로투스' 도넛이었다. 하얀 글레이즈 시럽위에 벨기에산 커피 쿠기 '로투스'를 얹고 도넛 안에는 땅콩버터 크림을 채운 도넛이었다.
도넛의 맛은 죄송하지 않았다. 일단 도넛의 크기가 우리가 아는 프랜차이즈 도넛보다 1.5배 정도 큰 크기였다. 들고 먹는 것 보다는 포크와 나이프로 잘라 먹는 쪽을 택했다. 글레이즈 시럽이 있는 도넛의 경우 자칫 너무 과한 단 맛에 질리기 십상인데 이 도넛은 질리지 않을 만큼만 달았다. 도넛의 크기가 워낙 크기에 여러 개를 먹기엔 힘들겠지만 일행이 서로 다른 도넛을 시켜 나눠먹어도 섭섭하지 않을 정도의 크기였고 남기지 않을 만큼 적당히 달았다.

◆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는 아몬드크림라떼
커피 종류는 7가지 정도인데 무난해 보이는 메뉴들 사이에 '시그니처 메뉴'로 선정된 게 있었다. 바로 '아몬드크림라떼'인데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많은 방문객들이 명실상부한 시그니처 메뉴로 꼽았다.
서 대표는 "아몬드크림라떼는 빨대로 마시기 보다는 컵에 입을 대고 마시면 크림의 달콤함과 커피의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다"고 추천했다.크림이 꽤 묵직했고, 그 뒤로 커피의 씁쓸한 맛이 느껴지면서 기분을 개운하게 해 줬다. 크림 위에 올라간 아몬드 토핑이 크림을 마실 때 따라 들어오면서 고소함이 확실히 느껴졌다.
일반적인 아메리카노도 깔끔했다. 달콤한 도넛과 즐기기엔 적당한 쓴 맛이었고 산미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도넛이 다 떨어졌다고 해서 실망했다면 커피로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 "공간을 알아봐 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읍내가 아닌 농촌 지역에 뜬금없이 도넛 가게를 여는 것은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모험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서 대표가 '리틀 맨리'를 열고 나서 일부 손님들은 전통시장에서 파는 소위 '춤추는 도나스'류의 도넛을 생각하고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지금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많이 알려져 있고, 팔공산과 군위 사유원 등 인근 관광지를 갔다가 알게되는 경우도 많아 입소문이 점점 나고 있는 중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외관,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아담한 정원, 선인장과 어울리게 만든 콘크리트 벽 등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사진 촬영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서 대표는 "굳이 인터넷이나 SNS 마케팅을 크게 하지 않았는데, 손님이 만드는 공간이라 생각해서 손님이 알아주신다면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손님들이 사진을 많이 찍어 올려주셔서 의도치 않게 홍보가 잘 됐다"고 말했다.
'리틀 맨리'는 다른 카페와 협업도 기획하고 있다. 지금도 대구 중구 동인동에 '메이크'라는 카페와의 협업을 통해 '리틀 맨리'의 도넛을 '메이크'에서도 맛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대구와 군위가 통합해 급행 9번이 가게 바로 앞에 서는 것에 착안, 버스를 타고 오는 손님들을 위한 혜택도 고민하고 있다.
서 대표는 "호주에서 지낼 때 느낀 한적한 휴양지의 느낌을 많이 살려보려 했다"며 "'리틀 맨리'에 오신 손님들이 한적하지만 안식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검찰, '尹 부부 사저' 아크로비스타 압수수색…'건진법사' 의혹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