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22대 총선일이 내년 4월 10일이니 8개월 보름이 남은 셈이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역대 총선은 국민의힘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됐기에 대구경북의 총선 일정은 국민의힘 경선을 기준으로 해서 7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7월 매일신문 창간 조사(7월 2∼3일, 대구 1천1명, 경북 1천4명,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의하면 대구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53.2%, 더불어민주당이 14.3%이며, 경북은 국민의힘이 59.5%, 더불어민주당이 13.7%이다. 현시점에서 내년 대구경북 지역 총선의 정당별 당선을 전망해 보면 다음 총선도 국민의힘이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내년 총선과 관련하여 누가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문제는 (경선을 포함한)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상황이 되다 보니 다음 총선을 준비하는 정치인들은 본선에서의 승리보다는 경선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중앙당 역시 대구경북 공천에 대해 '공천=당선'이다 보니 지역 발전이나 지역 정치인 역량보다는 정국 운영 차원에서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지역의 선거가 이렇다 보니 정치인은 더더욱 공천에 올인하면서, 본선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구경북 지역은 6·25전쟁에서 나라를 지켜내고 산업화를 이루었으며, 가장 많은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라는 긍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구경북은 그러한 긍지에 걸맞은 상황이 아니다. 통계청의 시도 지역별 1인당 소득을 보면 2000년 대구가 5위에서 2021년 11위로, 경북은 9위에서 15위로 하락했다. 또한 대구가 보수의 중심이라 하지만, 한편에서는 변화와 혁신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역대 대통령을 많이 배출했다 하지만, 그것도 옛날 이야기다. 최근 들어서는 국회의원 중에서 대통령감이나 허주(虛舟) 김윤환과 같이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인물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이러한 인식은 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같은 매일신문 조사에서 현재 국회의원들이 대구시 발전에 기여했다는 대구 시민의 평가는 35.5%에 불과했고, 중앙 국회에서 입법, 의정 및 정당 정치활동 평가에서 잘했다는 평가도 38.9%에 불과했다. 경북 도민은 현재 국회의원들의 경북 발전 기여도가 47.4%, 중앙 국회에서 입법, 의정 및 정당 정치활동에 대해 잘한다는 평가가 46.3%로 전체적으로 대구 국회의원들보다 높으나 이는 전반적으로 경북의 평균연령이 높아 좀 더 보수적인 고연령층의 정서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구경북 지역민의 국회의원에 대한 전반적 평가는 지역 발전에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그렇다고 중앙 무대에서 존재감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 다음 총선에서 현역의 재공천 여부에 대해 '교체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한 번 더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보다 높아 그 교체지수가 대구는 1.70, 경북은 1.48로 매우 높다.
그럼 지역 정치인의 존재감이 왜 차츰 줄어갈까? 아마 그 이유는 국회의원이 경선에서 결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본선은 노선과 정책이 다르고, 정치 행위가 다른 당 후보와 경쟁이지만 같은 당 후보와의 경선은 노선과 정책의 차이가 없다. 또한 경선에 참여하는 당원은 조직과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해 쏠림 현상이 나타나 일반 유권자보다 더 영향력이 크다. 그러기에 후보들은 당원이 더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경선에서 후보들 간의 노선과 정책 경쟁이 실종되고 당심에 영향을 미칠 조직과 보이지 않는 힘을 찾는 행태가 반복된다. 이런 경선이 반복되다 보니 노선과 정책을 검증받고, 지역사회에서 정치력을 키운 국회의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상향식 공천이 도입된 이후, 과거 금권선거나 계파 선거는 많이 극복됐지만, 지역 발전을 끌어낼 수 있는 역량 있는 국회의원이나 중앙 정치를 끌어갈 수 있는 대중적 정치인은 오히려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문제는 내년 총선은 1980년대와 2000년대 초에 이어 20~30년 주기의 세대교체기에 치러지는 선거이기에 이번에 당선되는 국회의원의 영향은 매우 크다. 그러기에 대구경북은 4년이 아니라 다음 한 세대를 이끌어갈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위해 지혜와 민의를 모을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도 한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절박한 지역 문제에 마주해 해결책을 가지고 나와야 할 것이다. 앞으로 경선까지 7개월이란 기간이 짧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길다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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