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한 달 남짓…옛 송강초등학교 자리
3개 전시실과 떡살전시관·하회탈전시관 갖춰
초판본·친필 등 모아둔 안동문학관과 카페도
안동 시내에서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 산 속 나지막한 언덕 위에 하얗고 아기자기한 미술관 건물이 반긴다. 장맛비가 한창 내리고 갠 뒤라 물을 머금은 초록의 나무와 들판에서 생기가 느껴진다. 자연을 벗한 고요한 공간. 미술 작품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안동 송강미술관(서후면 이송천길 240-10)은 지난달 20일 개관한 신생 미술관이다. 이곳은 1995년 폐교한 송강초등학교 터로, 미술관 초입에는 아직 교적비가 남아있다. 폐교 이후 안동대 명예교수 고(故) 이수창 화백이 '솔밤 작가촌'을 조성해 작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팔각의 높은 창과 함께 안동대를 졸업한 정의지 작가의 작품 '삼족오'가 눈에 띈다. 버려진 양은 냄비를 일일이 자르고 두드린 뒤 이어 붙여 만든 것으로, 그가 미술관 로비 공간을 위해 특별히 제작했다.
총 3개의 전시실에서는 개관 특별기념전 '어느 시인의 꿈'이 열리고 있다. 솔밤 작가촌 입주작가였던 장태묵, 이원희 등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회화, 조각,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을 전시 중이다.
권재현 송강미술관 큐레이터는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이 찾아와 그림을 쉽고 편하게 즐기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미술관 개관의 목적이었다"며 "그들의 삶에 영감을 주고 다양성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미술품을 다 둘러보고나서도 아직 볼 게 많이 남았다. 송강미술관은 미술품 전시실 외에 떡살전시관과 하회탈전시관, 안동문학관, 카페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넉넉하게 시간을 갖고 찾아, 미술품을 본 뒤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쉬었다가 또 전시관을 구경하고, 자연을 충분히 만끽하다 가길 권한다.
미술관에 딸린(?) 전시관이라고 얕보면 안된다. 김명자 관장이 30년 전 여행지의 작은 골동품점에서 사온 한 뼘 만한 떡살 2개를 시작으로 모아온 수천개의 떡살과 다식판들이 박물관 수준으로 전시돼있다. 꽃과 새, 나비, 물고기, 거북이, 태극문 등 아름답고 섬세한 문양들에 눈을 떼기 힘들 정도다.
김 관장은 "손쉬운 기계에 밀려서 우리 할머니, 애장품이었던 떡살이 모두 없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한두개씩 모은 것"이라며 "떡 하나에도 문양을 새기며 소망을 빌었던 낭만적이고 멋을 아는 민족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하회탈 전시관 역시 각시, 양반, 초랭이, 선비 등 9개의 탈과 함께 도자로 빚은 인체 형상을 전시해 안동을 대표하는 하회탈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전시관 건물을 나오면 벽돌로 지어진 안동문학관(안동문학연구소) 건물이 있다. 안동은 한국 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수많은 시인과 소설가, 수필가가 탄생했지만 지금까지 안동문학관이 없었다.
이곳에는 시인인 김 관장이 틈틈이 모아온 꽤 많은 분량의 문예잡지와 책들이 전시돼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박목월, 이육사 초판본부터 유안진 등 유명 작가들이 원고지에 써내려간 친필도 볼 수 있다. 책 대부분은 보존을 위해 눈으로만 볼 수 있게 해놓았지만, 안동 출신 작가들의 책을 따로 모아둔 코너에서는 책을 꺼내 읽을 수도 있다.
김 관장은 "어릴 때 삼남매를 데리고 편하게 놀러가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항상 그런 공간을 꿈꿔왔던 것 같다"며 "다행히 주변 주민들이 많이 찾아주고, 좋아한다. 얼마 전 '평생 미술관을 처음 와봤다. 그림들이 참 좋더라'고 방명록을 남긴 분이 있었는데 참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형편대로 건물들을 짓고 운영하느라, 준비에만 7년이 걸렸다. 구석구석 손길 묻지 않은 곳이 없다. 개인이 운영하다보니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을 수 있지만, 아름답게 꽃 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힐링할 수 있도록 힘 닿는 데까지 미술관을 운영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입장료는 일반·대학생 7천원, 초·중·고등학생 3천원, 미취학 아동은 무료다. 매주 월요일 휴관하며 하절기(4~10월)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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