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기분상해죄 방지법' '교실 CCTV 의무설치' 등 국회청원 잇따라

입력 2023-07-22 19:12:59 수정 2023-07-22 19:29:19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서이초등학교 교내에서 23세 나이의 새내기 교사가 극단 선택으로 사망했고, 비슷한 시기 초등학교 교사가 6학년 제자로부터 폭행을 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는 사건도 발생한 가운데, 이들 사건을 계기로 일선 교사들은 '뉴스'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드러나지 않은 '교권' 침해 사례를 속속 토로하고 있다.

이에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 요구도 뒤따르고 있다.

그 요구의 장이 바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다.

한 달 동안 청원에 대한 동의 5만명을 채우면 국회 본회의까지 갈 수 있다. 정치권이 외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최근 여러 개 청원이 올라왔고 관심도 커 눈길이 향한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국회 국민동의청원

▶22일 오후 6시 50분 기준으로 우선 '학교폭력법 개정 및 악의적인 아동학대신고로부터 교사 보호에 관한 청원'(7월 21일 등록)은 1만8천265명의 동의를 모았다.

이 청원에서는 우선 '학교 내외'를 대상으로 보고 있는 학교폭력법(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에서 '학교 외'를 지워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청원에서는 "학교는 기본적으로 보육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이라며 "방학 중 아파트 놀이터에서 싸운 것도 학폭신고 접수 요청이 이뤄진다. 학원에서 학생끼리 싸우고 나서 학원이 학교에 전화한다. 집에서 부모와 학생이 싸워도 학폭법 대상이 된다"고 학폭법을 지적했다.

아울러 아동학대와 관련, "교사가 학생에게 신체적 학대를 했다면 당연히 아동학대법에 의해서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서적 학대의 의미가 너무 모호하다. 오히려 교사를 압박하고 괴롭히는 수단으로 변질 됐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기분이 나빴다면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고 신고한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아동학대법을 악용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고 있다. 학생이 교사에게 욕을 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요구하면 이에 맞서는 논리로 아동학대 신고부터 하는게 현실"이라며 "살인범도 헌법에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지만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는 아니다. 신고 당한 즉시 분리된다. 소명할 기회도 없이 모든 법적 행정적 절차가 끝나고 범행을 인정한 것처럼 일사천리로 사안이 진행된다. 이는 명백한 교사의 인권침해이고 헌법에 보장된 무죄추정을 원칙을 무시하는 반헌법적 행위이다. 교육부, 교육청, 일선 학교 어디에서도 신고 당한 교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국회 국민동의청원

▶같은 시각 '학부모의 악성 민원 및 학생 폭언,폭행에 대응 할 수 있는 제도 및 법 제정 청원에 관한 청원'(7월 21일 등록)은 1만5천28명의 동의를 모았다.

이 청원에서는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과 갑질을 해도 교사는 맞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교사가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대응 조치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청원인은 "진상 학부모가 난리치면 교사는 그 문제의 한 학생을 지도하지 못하고 쩔쩔매서 다수의 학생들이 수업권을 박탈 당한다. 학부모가 말도 안되는 민원을 넣을 때 안전장치 하나 없다"며 "교사는 학부모의 비위를 거스르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지 못하고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걸 걱정해야하는 파리목숨이다. 교사들에 대한 아동학대는 '학부모 기분상해죄'로 불린다"고 학교 현장 상황을 전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따르면 교사들의 교권 침해 상담·처리 건수는 2020년 402건, 2021년 437건, 2022년 520건으로 점차 느는 가운데 학부모의 교권 침해가 급증했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불만을 품고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특히 학생지도 관련 상담의 절반 이상은 이런 협박 또는 고소를 학부모로부터 실제 당한 사례였다.

청원에서 언급한 '학부모 기분상해죄'라는 표현과 닮은 맥락에서 교총 관계자는 "대부분 무혐의 종결될 만큼 무고성"이라며 "학부모들이 무고로 받을 피해가 거의 없는 걸 악용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국회 국민동의청원

▶'초, 중, 고등학교 교실, 복도등 교내 전체 CCTV 설치 의무화에 관한 청원'(7월 18일 등록)에서는 학폭 사건의 증거 제시를 위한 교내 CCTV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더 나아가 학폭 사건 외에 거짓 주장, 일방적 주장 등이 학부모로부터 제기될 경우 교사들이 꼼짝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는 방법도 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반대로 일선 교사들에 대한 '감시'가 강해지는 맥락이라 반발 역시 예상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앞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골자의 의료법 개정안이 추진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 청원에서는 "학교 내 학교폭력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가해학생의 거짓말, 증거 불충분으로 아이들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며 "안전하고, 믿고 보낼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초·중·고등학교내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가해가 확실한 학생임에도 무혐의를 받는 경우도 생기며 억울한 피해 학생이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까지 생기고 있다. CCTV의 부재로 가해학생에게는 거짓말로 빠져나가는 방법을, 피해학생에게는 피해를 당하고도 피해 사실 규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는 CCTV가 설치돼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어린이집·유치원의 선례를 다른 각급 학교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