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수해피해 지역 '패싱'?…문경 문창고만 찾고 돌아가

입력 2023-07-21 17:11:14 수정 2023-07-21 19:28:12

문창고 현장점검…50년 된 노후 담장 경미한 피해
더 큰 피해 입은 대구 경원고는 미방문
인근 예천 등 피해 주민들 "수해 피해 주민들은 관심도 없나"

21일 오후 이주호(오른쪽 두번째)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문경 문창고를 방문한 현장에서 신현국(왼쪽) 문경시장으로부터 문경지역의 민가 피해에 대해 전해 듣고 있다. 고도현 기자
21일 오후 이주호(오른쪽 두번째)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문경 문창고를 방문한 현장에서 신현국(왼쪽) 문경시장으로부터 문경지역의 민가 피해에 대해 전해 듣고 있다. 고도현 기자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21일 집중호우로 경미한 피해를 입은 경북 문경 문창고등학교만 방문하고 인근 예천 등 심각한 수해현장은 들러지 않고 돌아가자 이 장관이 지역을 왜 찾았는지 의구심만 낳고 있다.

이 부총리 일행은 이날 오후 3시 10분쯤 문창고를 찾았다. 부총리 방문으로 수해복구 진두지휘에 바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신현국 문경시장 등 자치단체장을 비롯해서 임종식 경북교육감, 김현호 문경교육장, 김학홍 경북행정부지사, 박영서 경북도의회 부의장, 김경숙 경북도의원 등도 참석해 1시간 동안 부총리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교육부는 부총리의 문창고 방문 이유에 대해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경북지역 학교의 복구현황 등을 현장점검하고 지원대책을 세우기 위해 찾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집중호우로 대구경북에서 대규모 피해를 입은 학교는 대구 경원고등학교다. 학교 인근 와룡산의 토사 유출로 인해 체육관을 둘러싸고 있던 암벽의 축대가 무너지고 체육관 화장실과 급식소 및 운동부 숙소가 파손됐다.

경원고를 제외하고 경북지역 피해학교는 문창고를 포함 12곳 정도로 피해는 경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식 교육감도 이날 민가 피해가 크고 학교 피해는 경미하다고 보고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문경 문창고등학교의 50년 된 노후 석축이 일부 붕괴된 현장. 고도현 기자
이번 집중호우로 문경 문창고등학교의 50년 된 노후 석축이 일부 붕괴된 현장. 고도현 기자

문창고의 경우 학생들의 등·하교 및 수업과 상관 없는 건물 뒤편에 있는 50년된 노후 석축이 15m 정도 토사에 밀려 떨어져나가 문경시 피해집계에도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수준이다.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복구 계획이 완료된 상태여서 부총리가 직접 찾아볼 정도는 아니라는 게 지역 교육계의 시각이다.

현장에서 만난 지역 교육기관 관계자도 "민가 피해나 더 큰 학교 피해현장으로 가야 하지 않냐"고 했다.

일부 시민들도 "문창고에서 승용차로 20분 거리에는 문경과 예천 등 엄청난 피해현장이 있고 아직 실종자도 찾지 못해 이재민들이 슬픔을 겪고 있는데 부총리라면 당연히 그곳도 둘러봤어야 했다"며 "학교 피해만 챙길 요량이면 피해가 큰 대구 경원고를 갔어야 하지 않았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시민 이모(68) 씨는 "전국에는 노후 학교가 많아 담장 등이 무너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며 "특정 사립학교의 사소한 피해만 점검하고 민가 피해는 살피지 않는 부총리의 동선과 행보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는 "'돈 아끼지 말고 안전대책을 세우라"는대통령 말씀처럼 수해 피해를 본 학교의 아낌없는 지원과 예방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온 것이다"며 "민가 피해현장이나 대구 경원고 방문은 아직 일정에 없고 (일단)학교만 살피는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