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중 골프·박수 요청·인터뷰 길막·지하차도 막말…정치권 '설화'는 계속 된다

입력 2023-07-18 17:11:41 수정 2023-07-18 21:43:24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국회를 떠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국회를 떠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이 극한 호우로 인한 재난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정치권의 잇따른 설화와 구설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피해 소식에 국민 모두가 무거운 마음이다. 이런 때일수록 언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당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각 당협위원장, 지자체장, 정부 관계자 또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없도록 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어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도 "현재 국민들께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만큼 우리 의원님들 언행을 함에 있어서 신중하게 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일제히 '언행 주의보'를 발령한 것은 최근 정부·여당발(發) 설화가 잇따르며 여론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국에 극한 호우가 내리던 지난 15일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지자 "일도 못하는 사람들이 입만 살아 가지고 걸핏하면 트집이나 잡는다"고 반박해 논란이 됐다.

당내 최다선인 5선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김기현 대표와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청양 수해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김 대표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검토' 발언에 "박수 한 번 주세요"라고 해 일부 주민의 반발을 샀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수해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실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정부도 구설을 피하지 못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충북 청주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을 방문해 언론과 인터뷰하며 견인차 진입을 막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다만 원 장관은 견인차가 들어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인지 후 즉각 비켜섰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6일 폴란드 바르샤바 현지에서 연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야당에서도 막말에 가까운 설화가 터졌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범람하는 강'과 같은데, 윤 대통령의 행동은 조국의 운명을 '궁평 지하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궁평 지하차도' 침수에 빗댄 것이다.

이와 관련, 윤재옥 원내대표는 "어떻게든 윤석열 정부를 흔들려는 정치공세인 건 알겠는데 소중한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진 유족의 아픔까지 이용해야 했는지 묻고 싶다"며 "재난을 정쟁의 무기로 쓰는 나쁜 버릇"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