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수원, 계속운전 강한 드라이브…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속도 더 빨라질 듯

입력 2023-07-21 06:30:00 수정 2023-07-21 09:36:38

사용후핵연료 처리 법안 서둘러야 계속운전과 신규원전건설도 탄력

지난해 경주 월성원전 부지 내에 추가로 만들어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전경. 매일신문DB
지난해 경주 월성원전 부지 내에 추가로 만들어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전경. 매일신문DB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노후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을 강하게 추진(매일신문 16일 보도)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한수원 등에 따르면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한울원전(2031년), 고리원전(2032년) 등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가득찬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은 고리 87.5%, 한빛 77.9%, 월성 75.5%, 한울 74.7%로 나타났다.

저장 공간 확보가 안되면 원전가동은 멈춰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 보관 중인 습식저장시설을 늘리거나 수조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밖으로 빼내 건식저장시설로 옮겨야 한다.

문제는 공간, 비용, 공사기간, 주민의견수렴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나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중간저장시설과 최종처분장은 부지선정조차 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물론 임시저장시설로 불리는 건식저장시설을 원전부지 내에 건설할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월성원전을 제외하고는 해당시설을 갖춘 원전은 없다.

지난 2021년 월성원전에 추가로 건식저장시설을 지을 때도 주민들의 반발이 컸다. 우여곡절 끝에 건설은 진행됐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 시설이 영구처분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반대 입장이 강하다.

때문에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장 부지 확정이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계속운전과 신규 원전 건설 등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열쇠가 된다는 게 원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민들도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특별법안 통과를 우선 요구하고 있다. 특별법에는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에 관한 내용과 주민지원 방안 등이 담겨 있다.

현재는 특별법과 관계없이 주민 반대가 있더라도 원자력안전법상 관계시설에 해당하는 건식저장시설을 언제든 지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부산 기장군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이 고리원전 부지 내에 경수로 건식저장시설 설치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또 월성원전도 특벌법 없이 해당시설 건설을 마무리지었다.

월성원전 주변지역에 거주하는 한 주민(양남면)은 "월성원전은 맥스터(건식저장시설)가 없었다면 당장 멈출 위기에 놓였다. 멀쩡한 원전가동 중단으로 국가에너지 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절박함 앞에 주민들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과연 있을까한다"며 "주민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약속하는 특벌법안이 뒤따라야 원전산업도 지역상생과 더불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김무환(포스텍 총장) 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정부가 탄소중립의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원전으로 보고, 계속운전과 신규원전건설 추진을 고려하고 있다면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