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우크라 전격 방문에 野 의원들 맹공…"러시아 적대국 자처"

입력 2023-07-16 17:01:53 수정 2023-07-17 15:22:57

"대통령, 우크라이나 아닌 수해 현장에 있어야…폭우에 긴급귀국해야 마땅"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며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 연대'를 언급한 것을 두고 비판을 쏟아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국내 폭우 피해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귀국을 서두르지 않고,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을 추가한 점을 문제 삼았다.

권 수석대변인은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이번 주말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며 "그런데 대통령이 귀국 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있어야 할 곳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수해 현장"이라고 지적했고, 강민정 의원도 같은 날 "폭우로 곳곳에서 사람들이 매몰되거나 죽어가는 재난 상황. 있던 일정도 접고 긴급 귀국해야 마땅할 대통령은 오히려 순방 일정 연장"이라고 꼬집었다.

육군 대장 출신이자 국회 국방위원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기간을 돌연 연장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씨를 한반도로 불러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보"라며 "폭우로 30여 명의 우리 국민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는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해 순방을 중단하고 귀국해도 모자랄 판에 반대로 일정을 늘리고,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데 이어 대통령이 직접 전쟁터를 방문해 러시아의 적대국을 자처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최근 우리 동해상에서 무력시위를 하는 등 직접적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에 사는 우리 교민 16만명과 160여개 우리 기업도 위태로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은 70여 년 전의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며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의 정신으로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 결정과 관련해 "준비는 해서 떠났지만 결정은 못한 채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 젤렌스카 여사의 방한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요청하는 친서를 전달한 바 있는데, 이를 계기로 방문을 결정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폴란드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까지) 항공기와 육로, 기차까지 세 가지를 섞어 편도 14시간 걸렸고, 오는 데에는 13시간 걸렸다. 총 27시간 이동했고 현지 체류는 11시간이었다. 체류 시간에 비해 (이동 시간이) 몇 배 길고 험난했지만 여러 요소를 고려해 (방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임박해 떠나기 며칠 전 외교부 채널로 다시금 초청이 왔다. 하지만 국가 원수의 안전 문제와 경호 문제가 녹록지 않고 국가 안보 사항이라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다"며 "(방문 일정이) 알려지거나 우크라이나-폴란드 협력 체제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계획을 이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마지막 점검 뒤 (취재진에)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