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새벽 산사태로 맨몸만 간신히 피한 주민들
토사로 대문이 막혀 집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
사망자와 실종자가 있는 이 마을은 심통한 분위기
16일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이재민 임시 대피소인 백석경로당. 전날 새벽 마을 뒷산에서 토사가 쏟아지면서 이 마을을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콰콰광"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 A(91)씨는 전날 들은 굉음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했다.
A씨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번처럼 이런 난리는 처음 겪는다"며 "젊은 사람들 도움으로 경로당까지 어떻게 걸어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라고 말했다.
백석경로당에 모인 주민들 대부분이 맨몸으로 집을 빠져 나오다 보니 귀중품은 물론 평소에 먹어야 하는 약까지 챙기질 못했다는 것이다.
"비 그치면 집에 가도 되나?"
비가 그치면 집에 가야 된다는 어르신과 이를 만류하는 주민이 있을 정도로 이곳 경로당은 아직까지 전날 충격에서 벗어 나질 못했다. 특히나 당장 매일 보는 이웃이 산사태로 사망하거나 실종됐다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그 분위기 또한 침통했다.
전날 새벽 5시쯤 이 마을에 산사태가 나면서 정오까지 7시간 동안 마을로 들어오는 길이 끊겼다. 다행히 산사태 피해가 없었던 주민 김춘자(64) 씨는 마을 곳곳의 지리에 밝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눈과 발이 돼 경로당으로 대피를 도왔다. 이들이 대피하는 중에도 토사가 계속 내려오고 나무가 쓰러지는 등 아수라장이었다. 60대 중반이지만 마을에서 가장 젊은 층에 속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정신을 집중해 마을 어르신들을 도왔다고 한다.
김씨는 "비 때문에 습해서 바닥에 불을 땐 상태로 문을 열고 잠을 자는데 밖에서 아주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보니 산사태였다"며 "바로 집 밖을 나가서 일단 피해가 없는 집을 찾아 신고하고 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나갔을 당시 몇 집은 흙 때문에 문이 막혀 나오지도 못하며 집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
그는 "어제 남편과 저녁 자리가 있어서 오늘은 새벽에 과수원에 가질 않았는데 평소처럼 갔다면 우리 부부도 산사태에 휩쓸렸을 것"이라며 토사가 덮친 마을 위쪽이 자신의 과수원이라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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