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5년 이상 징역, 형량 보완 필요
70년 전 만들어진 형법 규정 시대적 상황과 맞지 않아
영아 생명 덜 귀중한 게 아니라 출산 직후 부모 심리상태 고려한 것
"공소제기 단계부터 적용 대상 신중히 판단해야"
병원에서의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영아' 살해 사례가 무더기로 확인된 가운데 영아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영아살해죄의 경우 형량이 너무 낮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법상 영아의 조건은 명확하지 않지만 '분만 중, 혹은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했을 때 적용할 수 있다. 분만으로 인한 비정상적 심리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동안까지는 영아살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이 영아살해죄의 형량은 살인죄보다 낮다. 살인죄는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지만, 영아살해죄의 형량은 하한선 없이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규정돼 있고 이나마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가 많다.
영아살해 형량이 낮은 이유는 애초에 이 법이 '살인죄보다 약한 형량을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형법이 제정된 1953년 당시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인식이 강했고, 경제적 이유 등으로 영아를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사례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던 시대적 상황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영아살해 행위와 처벌에 대한 논란을 대구경북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대구고법은 화장실에서 자신이 낳은 아이를 변기에 유기해 결과적으로 죽게 만든 20대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원심이 선고한 징역 4년에서 절반을 깎아준 조처였다.
A씨의 친구가 아이를 구하려 당시까지 살아있던 아이를 데려 가면서 A씨에게는 영아살해혐의 대신 영아유기치사 및 영아살해미수혐의가 적용됐지만 관련 양형 자체가 너무 낮게 설정돼 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앞서 2019년 경북에서 아기를 낳은 직후 살해해 시신을 몰래 묻은 혐의로 기소된 30대 B씨가 이듬해 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법원은 B씨의 심신미약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징역 1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2013년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출산하던 중 아이를 목 졸라 죽인 친모에게 이례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적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아동 인권 보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엄벌 인식이 생긴 것처럼, 이제는 영아살해도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1992년, 1998년 영아살해죄를 폐지하는 등 주요 선진국 상당수는 영아살해 역시 살인죄로 다스리고 있다.
인권위 상임위원 출신 정상환 변호사도 영아 살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려운 시점이 왔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영아살해죄의 형량이 낮은 건 영아의 생명이 덜 귀중하다기보다 부모가 출산 직후 심리적으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분만 직후로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영아살해 혐의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검찰 공소제기 단계에서부터 이런 부분을 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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