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하면 부자? 이제 옛말이 됐죠"
대구에서 20년째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셀프 주유소로 전환하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혼자 일하고 있지만, 매출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유소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익률은 더 떨어졌고 폐업도 고민 중이다. A씨는 "주변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처지다. 세금도 많이 내야하고 제약도 커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억? 소리' 나는 주유소 폐업
주유소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폐업하는 사업장이 급속히 늘고 있다. 2013년 전국 1만2천687곳이었던 주유소는 매년 꾸준히 감소해 올해 5월 기준 1만1천100곳이 남았다. 10년 동안 1천곳 이상 문을 닫았다. 대구경북에서도 최근 5년간 매년 20곳이 간판을 내렸다.
폐업 대신 휴업을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유소는 업종 특성상 지하에 기름 탱크를 갖춰야 하는데, 폐업 시 기름 탱크를 들어내고 토양오염 정화작업을 해야 한다. 여기에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는 비용을 더하면 폐업에 필요한 비용은 최소 1억 원에서 많게는 2억원이 된다는 것이다.
비용 문제로 폐업하지 못하고 장기간 휴업에 들어간 주유소는 곳곳에 흉물로 방치되기도 한다. 이로 인한 환경오염, 안전문제 발생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폐업 비용을 일정 부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다.
현재 주유소의 산업 전환 및 폐업 지원을 위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검토 보고서를 통해 "경영 악화 등으로 인한 폐업은 석유판매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업종과의 형평,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 발생, 중복 지원 등 문제가 제기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 복합매장·융합스테이션 돌파구 찾는다
주유소 업계도 침체를 벗어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카페, 패스트푸드점을 더한 복합매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차량에 탄 채로 음식을 주문하고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DT)' 매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 중구 동인동에 위치한 케이케이㈜ 본사 건물에는 중앙주유소와 스타벅스DT점이 나란히 입점해 있다. 또 북구 산격동 북대구IC주유소는 투썸플레이스DT점을 도입해 전망 좋은 카페를 품은 이색 주유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동구 신서혁신도시 내 서재홍주유소도 원유로커피 대구DT점을 함께 운영 중이다. 서재홍 대표는 "주유소만 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복합매장이 수익성 개선이 도움이 될 거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차 전환에 맞춰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융복합 충전소' 구축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유소에서도 수소연료전지 설치를 통한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앞서 정부는 규제샌드박스 실증사업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고 관련 제도를 개정했다.
지난달 규제개선 실증사업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SK에너지는 전국 2천개 융복합충전소 구축을 위한 투자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주유소 수익구조 개선과 친환경 충전소 전환, 전력 수급 안전성 제고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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