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나무가 태양광 시설 가려" 이웃 살해한 40대 남성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옆집의 나무가 자신의 주택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을 가린다는 이유로 갈등을 빚다 아웃을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 조영기 부장판사는 살인, 특수상해, 도로교통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42)에게 징역 26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또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4월 3일 오후 6시38분께 강원 철원군 오덕리 한 단독주택에서 이웃 주민 B씨(70대)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범행을 말리던 B씨의 아내 C씨(67)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A씨는 주택 지붕에 설치해 둔 태양광 시설이 B씨 밭에 있는 복숭아 나무에 가려 배터리가 제대로 충전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범행 당일에도 밭에서 일하는 B씨에게 다가가 "XX, 나무 자르라고" 등의 욕설을 내뱉었다.

이에 B씨가 "내 땅에 내가 심는데 무슨 상관이냐. 술 취했으니 다음에 얘기하자"며 자리를 피하자 A씨는 격분해 집에서 흉기를 들고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자신의 차량을 몰고 사건 현장을 벗어난 A씨는 지나가는 행인에게 "사람을 죽였으니 신고해 달라"고 소리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같은 날 오후 7시5분께 주택 인근 저수지에서 배회하고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로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술에 취해 아무 이유 없이 행인을 때려 다치게 하는 등 폭력 전과만 수차례인 것으로 파악됐다.

법정에 선 A씨는 "범행 당시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였고, 피해자 C씨에게 상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판사는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수단 등을 볼 때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이 처음 수사기관에 진술할 때 'C씨가 말리니 더 화가 났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C씨에게도 적지 않은 분노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의성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