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 부상' 작년 아찔했던 14중 추돌…"70대 운전자 페달 혼동 탓"

입력 2023-06-21 16:19:01 수정 2023-06-21 21:44:12

지난해 12월 대구 서성네거리 사고 국과수 감정 결과
"제동 페달 밟은 기록 없어" 차량 결함 아닌 실수 결론
고령 운전 안전장치 필요

지난해 12월 9일 오전 8시 22분쯤 서성네거리에서 계산 오거리 방향으로 운행하던 택시 운전자가 자회전 시 중앙선을 침범하며 차량 11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지난해 12월 9일 오전 8시 22분쯤 서성네거리에서 계산 오거리 방향으로 운행하던 택시 운전자가 자회전 시 중앙선을 침범하며 차량 11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지난해 12월 대구 중구 서성네거리에서 발생한 14중 연쇄 추돌 사고는 70대 택시 기사의 페달 실수 때문에 벌어진 사고라는 대구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가 나왔다. 당시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분석 결과 제동 페달이 움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9일 오전 8시 22분쯤 태평네거리에서 계산오거리 방면으로 향하던 전기차 택시가 반대편에서 신호 대기 중인 차들로 그대로 돌진했다. 전기차의 1차 추돌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뒤엉키는 14중 연쇄 추돌 사고로 번졌다. 택시는 정차된 차 여러 대를 더 충돌한 후에 겨우 정차했다. 이 사고로 15명이 부상을 입어 7명이 응급 이송됐다.

당시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경찰의 의뢰를 받아 추돌 과정을 감정한 대구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자동차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페달 혼동 실수 때문에 일어난 사고로 결론을 내렸다.

대구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해당 전기차의 자동차용 영상 사고기록장치(Event Data Recorder·EDR)를 보면 충돌 전 5초 동안 차량의 가속 페달 변위량은 99%였고 제동 페달을 밟은 기록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원인은 운전자 실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구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는 모두 27건이다. 이 중 가속 페달과 제동 페달을 혼동한 경우가 21건으로 77.7%를 차지했다. 나머지 5건은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1건은 바닥 매트에 가속 페달이 걸린 경우였다.

페달 혼동의 원인은 노령으로 인한 인지장애와 관련이 깊다. 대구경북에서 일어난 21건의 페달 혼동 사고 운전자들의 평균 나이는 65세였다. 앞서 서성네거리 14중 추돌사고를 낸 전기차 택시 기사 역시 70대였다.

이영내 대구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공학 실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급발진 사고의 원인은 운전자가 페달을 혼동한 경우가 많다"며 "외국에서는 페달 안전장치를 개발하는 데 몰두하거나 고령 운전의 위험성을 적극 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