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 명당 알박기 텐트, '알' 빼는 영천시…"캠핑장 폐쇄, 강제철거" 강수

입력 2023-06-20 15:27:40 수정 2023-06-20 16:58:20

영천댐공원·임고강변공원에 알박기 텐트 80여개 기승…영천시, 폐쇄·철거 후 내달 1일 정상운영
청도에선 알박기 텐트 훼손 논란도…운문면 "노지 캠핑장 폐쇄 후 화단 조성 검토"

영천시가 임고면 영천댐공원 및 임고강변공원 일원에 내건 알박기 텐트 철거 현수막. 영천시 제공
영천시가 임고면 영천댐공원 및 임고강변공원 일원에 내건 알박기 텐트 철거 현수막. 영천시 제공
이달 초 경북 청도군 운문댐 하류보 주변 노지 캠핑장에서 장박 텐트 20여 동이 날카로운 물건으로 찢어진 채 발견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달 초 경북 청도군 운문댐 하류보 주변 노지 캠핑장에서 장박 텐트 20여 동이 날카로운 물건으로 찢어진 채 발견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노지 캠핑장 알박기족'이 텐트만 남겨둔 채 명당을 독차지하며 다른 이용객을 방해해 지자체들이 골머리다. 청도 운문댐 알박기 텐트 훼손(매일신문 14일 보도) 논란에 이어 영천시도 캠핑장 일시 폐쇄 및 강제철거라는 초강수를 단행한다.

경북 영천시는 20일 임고면 영천댐공원과 임고강변공원 일대 무료 캠핑장을 일시 폐쇄한다고 밝혔다. 알박기 텐트를 철거하려는 목적이다.

시에 따르면 두 곳에는 지난 3월 초를 전후해 무단으로 장기간 설치한 알박기 텐트가 늘기 시작했다. 지난달 기준 알박기 텐트가 80여 개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천시는 이를 치워 달라는 민원 전화도 하루 5~6통씩 받을 만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같은 노지 캠핑장은 이용료 없이 누구나 장비만 있으면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방한 곳이다. 예약이 필요 없다 보니 그늘 아래나 물가, 화장실 주변 등 이용 편의가 높은 곳은 이용객이 새벽부터 도착해 자리를 잡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몇몇 얌체들이 아예 텐트를 철거하지 않고는 몸만 떠나는 식으로 좋은 자리를 독식한다는 것이다.

영천시 공원 관리부서는 최근까지 수 차례에 걸친 지도와 함께 자진 철거를 당부하는 공고문을 텐트별로 붙이고 안내 현수막을 내거는 등 대응에 나섰다.

지난 7일부터는 캠핑장을 포함한 공원 일시 폐쇄를 시작하며 장박 텐트 선별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시는 이달 말까지 강제 철거 등 행정대집행을 통해 이를 정리하고 있다. 철거를 마친 뒤 내달 1일부터 정상 운영한다.

강제 철거한 텐트는 따로 보관하다가 소유주가 이를 찾으러 오면 돌려줄 방침이다.

영천시 공원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선의의 이용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이른 시일 내 알박기 텐트를 강제 철거하고 있다"며 "타 지역에서 텐트 고의 훼손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알박기 소유주가 재산 피해에 처하지 않도록 이 또한 안전하게 관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영천시가 임고면 영천댐공원 및 임고강변공원 일원 캠핑장에 내건 알박기 텐트 철거 현수막. 영천시 제공
영천시가 임고면 영천댐공원 및 임고강변공원 일원 캠핑장에 내건 알박기 텐트 철거 현수막. 영천시 제공
이달 초 경북 청도군 운문댐 하류보 주변 노지 캠핑장에서 장박 텐트 20여 동이 날카로운 물건으로 찢어진 채 발견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달 초 경북 청도군 운문댐 하류보 주변 노지 캠핑장에서 장박 텐트 20여 동이 날카로운 물건으로 찢어진 채 발견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앞서 청도군 운문댐 하류보 유원지에 있던 얌체 장박 텐트 20여 동이 날카로운 물건으로 훼손된 채 발견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고질적 '알박기'에 속 썩였던 캠핑족 등 누리꾼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텐트 10여 동은 찢어진 부분에 테이프만 붙인 채 버티기를 이어가고 있어 "얌체도 이런 얌체가 없다"는 등 비판이 커지는 모습이다.

신고를 받은 경북 청도경찰서가 지난 1일 이후 재물손괴 혐의로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도군 운문면 관계자는 "노지 캠핑장 폐쇄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화단을 조성해 더 이상 텐트를 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