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韓서 투표하는데 우린 中서 못해"…싱 대사가 부른 선거법 박탈 논란

입력 2023-06-19 18:36:43 수정 2023-06-19 21:04:40

국내 외국인 유권자 12만명 중 79% 차지
22년 지방선거 경기지사 당락 8913표차 중국인 입김설 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으로 국내 체류 중국인의 지방선거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 홍석준·권성동 의원 등이 지난해 말 각각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포함해 이와 관련한 개정안이 총 4건 발의돼 있다.

현행법은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난 만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지만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중국 등 일부 외국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투표권이 없는 반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해당 국가 국민에겐 투표권이 부여돼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선거철이면 외국인 투표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지만 싱 대사의 발언을 계기로 또다시 논란이 된 것이다.

권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싱하이밍 중국대사의 내정간섭 발언과 민주당의 굴욕적 태도를 보며 이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며 "우리 국민은 중국에서 투표권이 없다. 투표권을 영주권자까지 확대한 사례는 드물다"고 주장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외국인 투표권자는 6천726명이었지만 지난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12만 명을 넘어섰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외국인 투표권자의 78.9%가량은 중국인으로 파악됐다.

이 비율대로라면 12만 명 외국인 투표권자 가운데 중국인은 9만4천여 명에 이른다. 지역별 인구분포대로 거주한다고 가정할 경우 경기도에는 2만5천명 가량의 중국인이 산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치러졌던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선거는 0.15%p의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김동현 후보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를 불과 8천913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결국 외국인들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함으로써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버렸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05년 아시아 최초로 외국인 참정권을 인정했으나 일본 등 외국인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도 비교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당시 재일동포에 대한 일본의 참정권 부여를 압박하는 방편으로 우리가 선제적으로 이런 정책을 편 것"이라며 "지금 일본은 재일동포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하고 있지도 않다"며 법령 개정의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중 간 외교 관계와 직결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명지대 연구교수·정치학 박사)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를 것인지 우리가 정한 민주주의 원칙에 따를 것인지 정부가 선택해야 할 문제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 내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이 강력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16일 오후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자유와 연대 등 단체 관계자들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발언 논란과 관련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자유와 연대 등 단체 관계자들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발언 논란과 관련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