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가요] 여수 밤바다 이을 대구 노래? 대구 대표 뮤지션들에게 물었다

입력 2023-06-19 09:55:38 수정 2023-06-20 18:31:01

5월 24~8월 4일 공모 접수
지난해 수상자 최지민·이상규·쏘노로스·빈집
"자기만의 색깔 곡에 담겨야…대중성·예술성 중요"

2022 대구를 노래하다. 대구음악창작소 제공
2022 대구를 노래하다. 대구음악창작소 제공

여수 ~ 밤바다

떠나요 ~ 둘이서

들으면 해당 '지역'이 딱 떠오르는 노래가 국내 가요시장에 숱하다. 대표곡은 여수 밤바다와 제주도의 푸른 밤.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가 히트를 치자 많은 이들이 여수의 밤바다를 찾아 노래를 듣곤 했다. 이처럼 지역명이 담긴 노래가 인기를 끌면, 그 지역은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되곤 한다.

대구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2017년부터 시작됐다. 앞선 노래처럼 대구하면 딱 떠오르는,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대구음악창작소의 〈대구를 노래하다〉 공모전.

〈그 여름 대구〉, 〈수성못에서〉, 〈대명st〉, 〈동성로, 그리고 너?〉, 〈뚜두류공원〉, 〈잠잠〉, 〈대구 아리랑〉, 〈신천대로〉 등 그간 공모전을 통해 20곡의 대구 노래가 탄생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구 대표 노래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은 시작됐다. 지난달 24일부터 공모전 접수가 시작됐다. 상금은 더불어 대구 대표 노래로 자리매김하며 뮤지션 스스로 이름까지 알릴 수 있는 이 기회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해 4명의 수상팀과 만나 몇 가지 팁을 들어봤다.

각각 대상 〈대구 아리랑〉 최지민 씨, 최우수상 〈대구에 왔다〉 이상규 씨(활동명: 규타스틱), 우수상 〈신천대로〉 쏘노로스(Sonorous), 우수상 〈월광〉 빈집(BINZIP)이다.

으로 최우수상을 거머쥔 최지민 씨. 본인 제공
으로 최우수상을 거머쥔 최지민 씨. 본인 제공
지난해 대상을 받은 최지민 씨의 대구 아리랑 앨범. 대구음악창작소 제공
지난해 대상을 받은 최지민 씨의 대구 아리랑 앨범. 대구음악창작소 제공

Q. 소개 부탁한다. 평소에 어떤 음악을 해왔나?

▶최지민(이하 최) = 대구에서 나고 자라, 10년 동안 활동을 해오고 있다. 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해 서양 음악을 주로 다뤘다. 창작을 주로 하다 보니 다양한 음악 재료를 찾던 중 국악, '한국적인 요소'를 넣으면 재밌겠다 싶어 국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국악은 흐름과 분위기를 타는 음악이다. 센스와 감각이 중요한 음악인데 걸음마 단계로 재밌게 배우고 있다.

▶이상규(이하 이) = 활동명은 규타스틱이다. 이상규+어쿠스틱의 합성인데, 이상규가 기타로 전해드리는 판타스틱한 음악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어쿠스틱 기타 중심의 감성을 전달하는 포근한 음악을 만들어 오고 있다.

▶쏘노로스(이하 쏘) = 지난해 6월에 만들어진 대구의 신생 밴드다. 학교 수업을 듣다가 만나거나 소개를 받아 기타, 키보드, 드럼, 베이스 멤버가 함께 모였다. 쏘노로스는 '듣기 좋은 소리'라는 뜻이다. 청춘들의 이야기를 재료로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빈집(이하 빈) = 2021년부터 대구에서 시작된 밴드다. 기존에는 록밴드를 하다가 '레게'로 장르를 바꿨다. 가수 '쿤타'의 음악을 듣고 레게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 누구나 마음속에 공허한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빈집'이라고 표현했고 밴드 이름이 됐다.

〈대구에 왔다〉로 최우수상을 거머쥔 이상규 씨(활동명: 규타스틱). 본인 제공
〈대구에 왔다〉로 최우수상을 거머쥔 이상규 씨(활동명: 규타스틱). 본인 제공
대구에 왔다 앨범 커버. 대구음악창작소 제공
대구에 왔다 앨범 커버. 대구음악창작소 제공

Q. 〈대구를 노래하다〉를 위해 만든 노래 소재가 다양하다. 소재를 어떻게 잡았나? 곡 탄생 과정도 궁금하다.

▶최 = 대구 색채를 띠는 특이한 곡을 만들고 싶어 고전적인 소재를 찾던 중 1930년대 발표된 최계란 선생이 발표한 '대구 아리랑'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많은 이들이 아는 밀양 아리랑처럼 대구 아리랑도 대구하면 딱 떠오르면 좋겠다 싶었다. 이미 가사가 있었기에 작업은 수월하게 진행했다. 본래의 가사가 가진 고전미를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국악과 현대의 음악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도록 노력했다.

▶이 = '대구에 왔다'는 나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다 아내와 대구에서 데이트를 했고 팔공산에서 처음 손을 잡았다. 그때 김광석 거리도 걸었고…대구는 아내와 추억이 많은 곳이다. 아내와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고 다시 찾아온 대구는 또 감회가 새롭더라. 몽글몽글한 추억이 많은 장소인 만큼 멜로디도 서정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 평소 발라드풍을 자주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가사에 맞추다 보니 서정적인 노래가 탄생했다.

▶쏘 = 밴드 합주실이 신천대로를 타고 지나가야 하던 곳에 있었다. 자연스레 신천대로의 풍경이나 그 위에서 했던 생각이 기억에 남았다. 당시 '합주를 하고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현실에 끊임없이 부딪혀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음악을 함께 하는 마음 맞는 사람이 있다는 그 자체가 좋았다. 불안 속에서도 나름의 의미를 찾는, 신나는 휴식 느낌을 주고 싶어 시티팝 장르를 결합시켰다. 따라 부르기에 쉽고 듣기에 어려움이 없는 노래여야 했다. 세련된 멜로디와 도입부를 통해 사람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자 했다.

▶빈 = 대구의 유명 관광지를 찾아보다 '월광수변공원'이 진짜 예쁘다는 걸 알게 됐다. 풍경이 예뻤고 이곳에서 누군가와 같이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평소 레게음악을 하다 보니 레게풍으로 작곡을 하게 됐다. 처음 멜로디 라인이 나왔을 때는 잘 나왔다 싶었지만 완성도를 갖춰가는 과정에서 잘 될까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장르 자체가 희소성이 있다 보니, 이런 음악을 만드는 것이 우리 입장에선 도박이었다.

〈신천대로〉로 우수상을 거머쥔 쏘노로스(Sonorous) 팀. 드럼 정준수(28), 베이스 이창규(26), 키보드 박소현(29), 보컬 김예찬(25). 쏘노로스 팀 제공
〈신천대로〉로 우수상을 거머쥔 쏘노로스(Sonorous) 팀. 드럼 정준수(28), 베이스 이창규(26), 키보드 박소현(29), 보컬 김예찬(25). 쏘노로스 팀 제공
신천대로 앨범 커버. 대구음악창작소 제공
신천대로 앨범 커버. 대구음악창작소 제공

Q. 수상 이후 반응도 궁금하다. 많은 이들이 노래를 많이 찾았나?

▶최 = 개인적으로 평소 팬이었던 '심사위원'이 내 노래를 심사해 줬다는 게 좋았다. 이후 노래가 발매가 되면서 저작권 등록이 됐다. 음원 사이트에도 등록이 됐는데 우연이든, 고의든 불특정 다수가 내 노래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 좋다. '대구 아리랑이란 게 있네?', '이런 가사도 있구나, 대구 지명도 등장하네?' 등 이렇게라도 노래를 알릴 수 있게 됐다.

▶이 = 주위에서 "노래 자체가 관광 안내도 같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내 노래만 들으면 어디가 대구 명소인지 한 번에 알겠다는 것이다. 조만간 앨범이 발매되면 해당 노래와 함께 미니 콘서트를 열 생각이다.

▶쏘= 지역에서 공연을 하면 무조건 이 음악을 넣는다. 멜로디 후렴구가 쉽게 따라 부르기 좋아 관객이 같이 따라 부르기도 한다. '운전 중 듣기 좋은 음악' 등으로 우리 앨범 커버나 공연 영상을 인스타 스토리에 많이 올리기도 한다. 타지역에서 초대해 줘 공연을 나가기도 했고 대구교통방송 라디오에 출연했다. 주위에서 "성공했네~"라며 응원도 많이 해줬다.

▶빈 = 밴드 공연 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어르신 관객 반응이 좋다. 사실 젊은층을 공략한 음악이긴 한데(웃음) 의외로 어르신들이 우리 음악을 듣고 춤도 추더라. 이 노래가 그간 나왔던 곡 중에 제일 좋다는 반응도 많다.

〈월광〉으로 우수상을 거머쥔 빈집(BINZIP). 보컬 송유식(30), 기타 최명규(28)), 퍼커션 신요한(28). 빈집 제공
〈월광〉으로 우수상을 거머쥔 빈집(BINZIP). 보컬 송유식(30), 기타 최명규(28)), 퍼커션 신요한(28). 빈집 제공
월광 앨범 커버. 대구음악창작소 제공
월광 앨범 커버. 대구음악창작소 제공

Q. 그동안 코로나19로 지역 음악공연계가 힘들었다. 이제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데 앞으로 계획은? 올해 또 공모전이 열리는데 수상자로의 팁과 대구음악창작소에 바라는 점도 함께 전해달라.

▶최 = 앞으로도 국악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그저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고 싶다. 〈대구를 노래하다〉 노래에 도시의 아이덴터티가 묻어나면 좋다. 대중성과 예술성의 밸런스를 잘 잡는 것도 중요하다. 대구를 대표하는 노래니 디테일과 예술성을 잘 살리며 특색 있는 노래를 쓰면 좋겠다.

▶이 = 곡 작업을 꾸준히 할 것이다. 대구는 음악인들에 대한 지원 활동이 많지만 대구를 대표하는 노래가 더 알려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곳에서 공모전 음악들이 나오면 좋겠다. 노래를 통해 대구 유명 관광지를 알 수 있는만큼 버스나 지하철에 노래가 나오게 한다면 가사를 듣고 시민들이 귀 기울여서 들어보지 않을까

▶쏘 = 올해 말 다섯 곡이 담긴 미니앨범을 발매하고 단독 콘서트를 진행하려고 한다. 장르도 R&B, 힙합, 재즈 등 다양하다. 우린 늘 항상 준비된 팀이다. 클럽 공연이나 어디든 불러주면 간다. 한편 지역 뮤지션에게 기회를 주는 지원사업은 많지만 단발성으로 끝나서 아쉽다. 영상을 만들거나 매스컴에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이번 공모전 도전자들이 퀄리티에 신경 쓰면 좋겠다. 팀 색깔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팀이 수상 가능성도 큰 것 같다.

▶빈 = 미니 앨범을 작업하는 게 올해 목표다. 앨범이 나오면 공연도 많이 다닐 예정이다. 또 홍대 등 서울에서도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 다만 우리는 대구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인데 대구 시민들이 잘 모른다. 관심을 가질 방법을 많이 찾아주신다면 지역 아티스트들이 기분 좋게 활동할 수 있겠다. 이번 공모전에선 여러 장르의 곡이 나왔으면 좋겠다.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잘 살리는 곡 말이다.

한편 공모 접수는 지난달 24일부터 8월 4일 오후 4시까지다. 자세한 사항은 대구음악창작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