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태풍에 폭탄비 오나… '슈퍼 엘니뇨' 위협 코 앞에 닥쳐

입력 2023-06-15 17:10:37 수정 2023-06-15 21:35:16

폭염·폭우·괴물태풍 우려…지자체 차원 대비책 필요
대구경북 우박·소나기 일주일 넘게 내려…'매우 이례적'

13일(현지시간)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의 불이 꺼진 도로에서 자동차가 지나가고 있다. 온두라스는 최근 엘니뇨 기후 현상으로 인한 수력 발전량 부족으로 전기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의 불이 꺼진 도로에서 자동차가 지나가고 있다. 온두라스는 최근 엘니뇨 기후 현상으로 인한 수력 발전량 부족으로 전기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적도 부근의 수온이 올라가는 엘니뇨 등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해 올해 여름철 한반도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역대급 폭염과 폭우가 나타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슈퍼 엘니뇨'를 예고해 전 세계적으로 온갖 기상이변이 빈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15일 기상청은 이달부터 오는 8월 사이 열대 태평양에 있는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점차 상승해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물이 서쪽으로 이동하지 못해 수온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면 라니냐라고 한다.

근본적인 발생 원인은 뚜렷하지 않지만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일정 주기로 약화되면서 적도부근 해수면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엘리뇨가 발생하면 한반도는 폭우와 폭염에 시달린다. 가장 최근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엘리뇨 현상은 지난 2015년 관측됐다. 기상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장마백서에 따르면 2015년 엘니뇨 당시 우리나라는 11~12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았다. 11월은 호우도 동반돼 11월 강수량은 127.8㎜로 최다 강수량 2위를 기록했다. 강수일수는 14.9일로 최장기간 강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올해도 남부 지방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7월 강수량이 평년 수준인 245.9∼308.2㎜보다 많을 확률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 8일부터 대구경북에는 천둥번개와 우박을 동반한 소나기가 일주일 넘게 내리고, 지난달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제주에 1천㎜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이례적인 기상현상이 반복되며 엘니뇨 '전조 현상'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6~7월 중 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2도 이상 급상승하는 '슈퍼엘니뇨'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3개월 평균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면 그 첫 달을 엘리뇨의 시작으로 본다. 2도 이상 급상승한다는 건 일반적인 엘리뇨의 4배 이상이라는 의미다.

슈퍼 엘리뇨는 태풍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수증기 증발이 많아지고 그만큼 태풍이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도 많아져 그 위력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 태풍' 마와르의 영향으로 미국령 괌과 일본이 큰 피해를 입는 등 올해 전 세계 해역에서 태풍이 전례 없는 위력으로 발달하고 있고 한반도에도 역대급 태풍이 올 수 있다.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자 각 지자체의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강한 비와 바람을 불러오기 때문에 시설물 관리에 특별히 신경써야 하고 저지대 등 산사태나 침수 피해 우려 지역에 대해 지자체의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폭염, 태풍 및 집중호우 등 하절기 자연재난 대비와 노숙인 시설 이용자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시설의 안전점검과 개·보수를 지원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인명피해 우려 지역을 작년보다 확대 선정해서 인근 주민 대피 계획 수립과 장소 관리 등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