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호반 임대아파트 쪽문 설치 반대로 13억 들인 도시숲 반쪽자리 전락

입력 2023-06-26 16:15:49 수정 2023-06-26 22:06:11

미세먼지차단 및 주민 여가생활 위해 도시숲 조성
시행사 측이 쪽문 설치 반대하면서 제기능 못해

지난 23일 구미 호반베르디움 아파트 입주민이 단지 외곽에 설치된 철제 울타리를 손으로 가르키고 있다. 단지 주변에 구미시가 13억원을 들여 도시숲을 조성했지만 시행사가 쪽문 설치를 반대하면서 입주민들이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조규덕 기자
지난 23일 구미 호반베르디움 아파트 입주민이 단지 외곽에 설치된 철제 울타리를 손으로 가르키고 있다. 단지 주변에 구미시가 13억원을 들여 도시숲을 조성했지만 시행사가 쪽문 설치를 반대하면서 입주민들이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조규덕 기자

구미 최대 규모 임대아파트 시행사가 단지 내 쪽문 설치를 반대(매일신문 6월 13일 보도)하면서 구미시가 13억원을 들여 조성한 도시숲이 반쪽짜리로 전락할 상황에 놓였다.

26일 구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4~6월 구미 확장단지 호반베르디움 엘리트시티 아파트와 원당초등학교 북쪽 시설녹지 7천250㎡(2천193평)에 4억6천만원을 들여 도시숲을 조성했다.

큰 나무(교목) 396주와 작은 나무(관목) 1천230본을 식재해 인근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2천92가구(5천여명)의 아파트 입주민들이 산책 및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산책로와 데크 계단 등을 설치했다.

또 학생들이 빠르고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도록 400여만원을 들여 초등학교와 아파트를 잇는 보행로도 개설했다.

이어 지난달부터는 아파트단지 동쪽 시설녹지 1만5천㎡(4천537평)에 8억8천500만원을 투입해 도시숲 2단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공사는 오는 10월 준공 예정이다.

하지만 시행사인 티에스자산개발(호반산업의 자회사)의 쪽문 설치 반대로 입주민들이 도시숲으로 진입하기 어려워지면서 숲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입주민 김모 씨는 "아파트 주변에 도시숲이 생겨서 처음에는 좋아했는데 통로가 없다 보니 잘 가지 않게 된다"며 "쪽문을 만들어주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기존 공동주택 단지는 폐쇄적 설계로 이웃 간 소통이 단절되고 공동체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요즘은 지역과 소통하는 개방형 설계를 통해 공동주택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는데 호반은 역주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미시도 고민에 빠졌다. 13억원을 들여 도시숲을 조성하고 있는데 입주민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도시숲을 조성한 이유가 미세먼지 차단이라는 목적도 있지만 산책 등 입주민들의 여가 생활을 위한 목적도 있다"며 "시행사가 비협조적으로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티에스자산개발 측은 "쪽문 설치로 외부인이 유입돼 안전사고 및 강력범죄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은 임차인이 아닌 사업주체가 진다"며 "보안이 취약한 위치에 출입구를 증설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