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작가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려든다"

입력 2023-06-13 14:35:31 수정 2023-06-13 19:01:59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12일 '인생 사용 설명서' 주제 강연
히말라야를 보고 경탄, 여러분은 그 자신으로 기적, 경탄해야
"맛깔스럽게 살아야 할 의무와 권리를 가져야한다"

김홍신 작가가 13일 대구 중구 매일신문 1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김홍신 작가가 13일 대구 중구 매일신문 1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인생 사용 설명서'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우리 모두가 기적, 한번뿐인 인생 맛깔스럽게 살아가야한다"고 전하고 있다. 임경희 매일탑리더스 디지털국장 제공

"여러분의 인연과 인생은 그 자체로 기적입니다. 한 번뿐인 인생, 우리는 맛깔스럽게 살아야 할 의무와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김홍신 작가가 13일 대구 중구 매일신문 1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인생 사용 설명서'를 주제로 유머와 교훈이 가득한 강의를 진행했다.

정치인이자 시민운동가, 교수, 방송인, 무엇보다 한국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가, 이런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김홍신 작가지만 이날은 인생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조언자로서 단상에 올랐다.

김홍신 작가는 "천사의 옷은 꿰멘 자국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에 바늘 자국이 굉장히 많다. 누구나 다 그렇다. 마음의 바느질 자국을 지워 버려야만 한다"며 "행복은 내 마음에 있다고 하는데 실상은 마음 밖에 있고, 다 남이 가지고 있다. 인생사 모든 것들을 비교해서 사는데 남과 비교해서 오는 데 불행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우리는 100년 이상 살지 못하고 흙으로 먼지로 떠날 수밖에 없다. 지금 결정하고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장인 "바람은 그물에는 걸리지 않지만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걸린다"를 들어 강연을 이어갔다.

김 작가는 "인생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남보다 잘살고 잘생기고 노후 준비를 많이 한 것, 남한테 꿇리지 않는 것, 우리 가족 평안, 내 건강 문제 등 여러분들은 그런 것들의 노예로 살고 있다"며 "미운 사람 떠올려 봐라, 내가 싫어하는 사람 그 사람이 벼락 맞아 안 죽는다. 잘 먹고 잘 산다. 미워한다면 내가 암세포를 만들어 둔 것하고 똑같다.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려든다"고 말했다.

김홍신 작가는 자신의 은발 머리에 빗대 설명도 이어갔다. 그는 "항상 외출 준비를 할 때면 머리를 매만지는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까맣게 염색도 해야 했다. 하지만 염색약 하나 버리고 그냥 백발로 살기로 마음먹으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머리 만질 시간에 신문 한 줄 더 읽고 메모 하나, 통화 한 번 더 할 수 있다"고 했다.

김홍신 작가는 얼마 전 작고한 고 이어령 선생과의 일화들도 풀어놓았다. 김 작가는 "동짓날 귤 한 상자를 보내 주셨다. 그러면서 하는 말씀이 조선시대에는 제주감사가 매년 이맘때 상감마마에게 귤을 진상한다. 오늘은 자네가 상감마마고 내가 제주감사니 그렇게 여기고 선물을 받으라는 말씀에 마음속으로 무릎을 꿇었다"며 "상대 때문에 내가 기쁨을 누리는 것, 칭찬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김홍신 작가는 우리들 인연과 각각의 인생 모두가 기적이라고 했다. 그는 "인연이란 좁쌀 하나가 바람에 휩쓸려 떨어지다가 바닥에 거꾸로 심겨 있던 죽살에 탁 꽂힌 것이다"며 "내가 죽었을 때 통곡할 인물이 몇 명이나 될까. 부고 소식을 듣고 내가 가슴 아파야 할 만큼의 인연을 만들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등정할 때 일이다. 정말 힘들게 빙벽을 타고 히말라야의 모든 봉우리를 보았을 때 경탄을 금치 못했다. 수만 년 전에도 존재했고, 앞으로 수만 년 뒤에도 존재하는 자연을 보고 경탄을 하는데 두번 살 수 없고 이 세상에 오직 나밖에 없는, 개인 스스로가 기적이다. 그러니 우리가 더 경탄의 대상이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김홍신 작가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향한 저력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의 인생 방향을 잡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절박한 나라가 기적을 일궜다. 세계사에서 이런 국가, 이런 민족이 없다. 교황 성하를 만나뵈었을 때도 세계 상권을 쥐락펴락하는 유대인보다 한민족의 저력이 더 대단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한국은 선진국에 올라서면서 기적을 이뤘는데 기쁨을 잃었고, 배고픔은 해결했는데 배 아픔은 남았다. 인생의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데 정답을 찾지 말고 명답을 찾아야 할 때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행복하려면 괴로움이 없이 자유로워야 한다. 물은 맛이 없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평생 마신다. 공기는 무색무취라서 평생 마실 수 있다"며 "그런데 인생은 평균수명이 있기 때문에 맛있게 살아야 한다. 사람은 한 번밖에 못 살기 때문에 맛깔스럽게 살아야 할 의무와 권리를 가진다. 자기에게 '나는 잘 할 수 있다' 같은 자가 치유 최면을 걸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오늘이든 내일이든 내가 죽기 전에 원하는 것 1부터 100개까지 써 봐라. 20~30개 넘어가면 거창한 게 없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인생인가? 기적을 일군 사람답게 앞으로도 기적을 일구면서 살아야 한다"며 "건강, 마음의 자유로움, 인연을 잘 가꿔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