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디 편인가" 미중 기술 냉전에 낀 '초격차' 삼성, 경기 침체 속 선택의 기로
"1등 삼성을 구하라" 이제는 이재용의 시간…450조 투자계획 밝히며 승부수
TSMC 추격하는 삼성,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에서 앞서기도…대형 인수합병은?
'제2의 신경영 선언' 필요한 이재용, 미완의 대관식 속 신사업 총력
"목숨 걸고 하는 겁니다. 숫자는 모르겠고 앞만 보고 가겠습니다."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30년이 지난 2023년 6월, '이재용의 삼성'은 변곡점에 서 있다. 미중 패권 냉전·인플레이션·경기침체 위기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5월 용산 대통령실 앞마당에서 취재진을 만나 향후 5년간 45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투자계획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의 행보를 두고 진정한 승어부(勝於父: 아버지를 뛰어넘는다는 뜻)의 자세로 바뀌었다고 평한다.
▶"너는 어디 편인가" 미중 기술 냉전에 낀 '초격차' 삼성, 경기 침체 속 선택의 기로
현재 이재용의 삼성(선도자)은 이건희의 삼성(빠른 추격자)과는 다른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미중 패권 경쟁으로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두 강국에 '너는 어디 편인가'를 강요받고 있다. 미국은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와 반도체 '칩4(대만·미국·일본·한국)' 동맹,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중국과 사실상 '기술 냉전'을 선언한 상황이다. 삼성은 중국에 수출 비중도 높고 반도체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정교한 줄다리기 전략이 필요한 국면이다.
국제 정치가 경제 논리를 종속하는 상황에서 삼성의 초격차 기술 경쟁력은 어느덧 중국·미국의 추격 가시권에도 들어왔다. 이에 따라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혹한기에 접어들고 있고, 가전 역시 수요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5.5% 급감한 6402억원이며, 주력인 반도체 부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인 4조 5800억원의 적자다.
▶"1등 삼성을 구하라" 이제는 이재용의 시간…450조 투자계획 밝히며 승부수
기로에 놓인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5년간 45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며 승부수를 걸었다. 지난 5년 동안 투자한 330조원보다 120조원 많은 역대 최대 규모, 최근 5년 영업이익 230조원의 2배에 달한다. 이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가 올해 설비투자(자본지출) 목표를 대폭 하향 조정한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삼성의 450조원 투자는 ▷수성(메모리반도체) ▷확대(시스템반도체) ▷신사업 개척(바이오·AI·6G) 등 3갈래로 정리된다. 300조를 들여 메모리 반도체는 초격차를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TSMC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신사업 개척으로 제2의 반도체라 보는 바이오, AI(인공지능), 차세대 통신(6G) 등 분야에 50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TSMC 추격하는 삼성,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에서 앞서기도…대형 인수합병은?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중 하나인 파운드리에서 이미 결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트랜지스터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nm, 1nm는 10억분의 1m)공정 양산을 시작해 2027년 세계 최초 1.4나노 양산을 노리고 있다. 또 이 회장은 글로벌 경영 정상화로 빅딜 M&A(인수합병)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의 현금 자산은 2022년 상반기 기준 125조8896억원으로, 1년 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을 포함하면 자산은 200조원에 달한다.
다만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당분간 삼성의 인수합병은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삼성이 현재 큰 회사 인수를 하기에는 각종 법적 규제가 많은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한 M&A업계 관계자도 "미국 반도체 법으로 삼성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는 중인데, 각국의 정치·외교 이해관계가 걸린 대형 M&A에 지금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2의 신경영 선언' 필요한 이재용, 미완의 대관식 속 신사업 총력
이건희 선대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통해 '품질 만능주의'로 의식·체질·제도·관행을 바꾼 것처럼, 이재용 회장도 자신이 추진하는 신성장 사업의 경영 얼개와 리더십을 담은 '제2의 신경영 선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취임사를 내놓지 않았으며, '신경영 30주년' 관련 행사도 하지 않았다.
미완의 대관식 속에 이 회장은 이건희 선대 회장의 '메모리 반도체'를 대체하는 자신만의 신성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초 미국 출장에 나서 존슨앤드존슨(J&J)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바이오 업계 거물들과 연쇄 회동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시대가 무엇으로 정의될 것이냐에 대한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이를 위해 이건희 선대 회장의 메모리 반도체를 넘는 신성장동력 발굴이 필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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