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열흘 후에도 "불지르겠다" 모방범죄 우려에 경찰 출동 사례
극단적 갈등 낳는 사회적 병폐 살피고 사법 신뢰회복 힘써야
오는 9일 대구변호사사무실 방화 참사 1주기를 준비하는 강윤구 대구변호사회장은 지금도 참사 당시를 상기하면 '소름이 끼친다'며 몸서리를 쳤다.
맞은편 사무실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봤을 때만 해도 이런 참사를 예상하지 못했다. 오전 재판이 끝난 후 절친했던 고(故) 김규석 변호사를 비롯해 6명이나 화를 입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1년이 지난 지금 강 회장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참사를 잊지 않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짚었다. 강 회장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된다. 참사를 기억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사 원인에 대해서는 사회 전반적 병폐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합리적인 설득 과정이나 상대방을 포용하는 문화가 실종됐다. 폭력으로라도 상대방을 제압하고야 말겠다는 야만적 의식이 극단적 범죄로 드러났다"며 "이런 걸 해소하는 게 남은 사람들의 숙제"라고 짚었다.
먼저 법조계나 정치권 차원에서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 힘쓰자고 제안했다. 강 회장은 "법원 판결을 존중하기보다 오판이라 강변하고 때론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례가 쌓이다 보니 불신이 커진다. 법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있지만, 조정이나 화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다툼이 치열한 사건은 판결 이유를 더 자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관련 입법 노력도 1주기를 맞아 속도를 냈으면 하는 바람도 밝혔다. 지난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변호사, 의료인 등에 대한 보복범죄를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강 회장은 "희생자 장례가 끝나고 불과 열흘쯤 지났을 때 법원에서 재판을 마친 소송 당사자가 감정이 격해져 모방범죄를 예고해 경찰까지 출동했다. 이런 사례를 보더라도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시간이 지났다고 잊힌 채 방치돼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참사의 아픔에 공감하고 성원해 준 분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전했다. 강 회장은 "대구변호사회가 큰 신세를 졌다. 변호사들을 대표해 시민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변호사 본연의 사명에도 충실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도 더 낮은 자세로 해나가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유족들에게는 참사 이후 수습 국면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미흡한 점들도 있었을 것이라며 용서를 구한다고도 덧붙였다. 강 회장은 "1주기를 맞아 유족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저도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안전의식을 고취하고자 매년 6월 9일을 '법률사무소 안전의 날'로 정했다. 대구변호사사무실 방화참사 희생자 추모식도 오는 9일 오전 10시부터 대한변호사협회 주관으로 대구변호사회에서 열린다.
추모식은 희생자들의 위패와 함께 유족과 변호사 등 법조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사·추모시 낭독, 추모 동영상 상영, 헌화·분향 등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구변호사회는 이달 7~9일 3일간 추모기간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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