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깡통' 차는 정비사업 투자 조합원들, 공사·용역비 230억원 상환 부담 막막

입력 2023-06-04 16:59:45

조합원 소유 상가 모두 매각해도 70~100억원 추가 부담 예상
시행사 대표 상대 민·형사 소송 진행 중 "추가혐의 더 밝혀야"

지난달 3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주상복합상가가 공실로 남아 있다. 창문에는 신문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달 3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주상복합상가가 공실로 남아 있다. 창문에는 신문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정비사업으로 지은 주상복합건물에 공실이 넘쳐나고, 연이은 소송에 투자금 회수도 막막해지면서 정비사업에 투자한 조합원들도 경제적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상가 미분양 등으로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사비와 용역비 등 230억원을 갚아야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조합측에 따르면 현재 조합원 대다수는 부동산 등 소유 재산이 가압류된 상태다. 시공사측이 미납 공사비 170여억원을 달라며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일부 조합원은 소유한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금융계좌까지 압류됐다고 한다.

조합원들은 I시행대행사와도 용역비 59억원을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미납 공사비와 용역비 등을 포함한 조합원들의 채무 규모는 233억원에 이른다. 조합측은 조합원들이 소송에 따라 가압류된 재산 규모만 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조합측은 조합원 명의로 된 상가를 일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건물 1, 2층 상가 110여실을 기존 분양가보다 절반 가량 낮춘 금액에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조합원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가를 일괄매각해도 빚을 모두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다른 조합 집행부 관계자는 "조합원 소유의 상가를 모두 매각해도 갚지 못한 공사 대금이 70억~100억원 가량 될 것이다. 모두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채무"라고 한숨을 쉬었다.

조합원들은 끝나지 않는 터널 속을 헤매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조합원 이모 씨는 "1년 6개월 전에 살던 집이 가압류됐고, 최근엔 통장마저 압류됐다"면서 "투자에 실패한 대가로는 너무 가혹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업을 대행한 시행대행사와 법적 공방도 이어지고 있따. 조합측은 I시행대행사 대표 A씨를 상대로 업무상 배임 등 민·형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A씨의 업체가 과도하게 높은 금융 자문 수수료를 물게 한 점 등에 대해 추가적인 형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공종태 조합장은 "금융자문 수수료만 수십억원이 넘어 위임 업무에 비해 과도하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지난해 말부터 용역비를 정산하자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조합 측이 응답을 하지 않았다"면서 "용역비나 금융 자문 수수료가 과도하게 책정된 부분이 있다면 정산 과정을 통해 충분히 협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