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 청도농업 혁신비전](하) 씨없는 감, 청도반시 해외수출 등 활로 찾기
'청도반시(盤柹)'. 경북 청도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씨없는 감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청도반시를 활용한 감말랭이, 반건시 등 감 가공품은 청도 대표 특산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됐다.
하지만 재배기술 발달로 해마다 반시 생산량은 늘고 있는데 반해 판로는 이를 받쳐 주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감 생산농가들은 재고가 쌓이고, 가격마저 떨어져 팔아도 손해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김하수 군수를 필두로 한 청도군의 농업 관련 부서, 지역내 농협과 감 가공 업체들이 청도 감 팔아주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청도군은 감 판로 확대를 위해 다양한 감 가공품 개발, 일본 등 해외수출, 군부대 납품, 대형 유통업체를 통한 온·오프라인 판매 등 백방으로 뛰고 있다.
◆감 가공제품 과잉생산, 판매부진 등 이중고
청도군에 따르면 6천186가구의 감농가에서 매년 3만2천963톤(t)의 감을 생산해 이 가운데 39.9%인 1만3천185t의 감을 감말랭이 등으로 가공, 연간 1천543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올 3월 말 현재 가공된 감의 전체 물량 가운데 1만여t이 소진되고 나머지 3천여t이 재고로 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다 감말랭이의 경우 1kg 당 9천원 정도로 도매가격이 형성되고 있어 생산원가(1kg당 1만2천원)보다도 낮아 농민들이 팔아도 손해를 봐야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감가공품의 판매부진은 원료감 가격상승에다 폭등하는 인건비와 부자재값도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청도 감 가공품의 경쟁품목인 곶감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이 곶감 쪽으로 선호도가 바뀌고 있는 점도 원인이 되고 있다.
감가공업체 관계자는 "청도 감말랭이의 판매부진은 경쟁품목인 곶감을 생산하는 상주 등지에서 곶감 원재료인 둥시의 생산량이 늘어 곶감 가격이 하락하자 소비자들이 감말랭이보다는 곶감을 많이 찾기 때문"이라고 했다.
◆홈쇼핑·백화점 등 온·오프라인 판매대책 부심
특히 농민들은 예년과 달리 지난 설명절 때 판매실적이 저조해 재고량이 크게 늘어나고, 감 원재료값과 부자재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청도군은 지난 2월 22일 김하수 군수를 비롯한 농업 관련 부서 직원, 지역의 감생산 농가, 가공·유통 업체들이 '청도반시 가공식품의 활로개척을 위한 긴급회의'를 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대책회의에서 국방부에 납품하는 방안을 모색하는가 하면, 대도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홈쇼핑·E-커머스·백화점 등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공략하는 판촉행사를 대대적으로 갖기로 했다.
김하수 군수는 "감가공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 감소, 소비인구의 노령화에 따른 시장축소 등으로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감말랭이, 반건시, 아이스홍시에 편중된 가공품의 다양화, 판매전략 차원의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청도군, 일본 현지 유통법인 통해 청도감 판촉전
청도군은 지난달 17일 일본 도쿄에 소재한 ㈜팜마인드 본사에서 청도군의 농업회사법인 ㈜네이처팜과 청도반시(감말랭이)의 수출 확대 및 판매촉진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대대적인 판촉 행사를 가졌다.
일본 현지법인 ㈜팜마인드는 지난 2006년에 설립, 모두 14개 물류센터를 보유할 정도의 일본 내 톱3 신선농산물 유통업체다.
이번 MOU를 통해 청도군은 청도반시 원재료의 품질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네이처팜은 수출업체의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에 적합한 청도 감가공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청도군은 일본 ㈜팜마인드 직영 점포에서 진행된 현지 판촉 행사에서 청도 감말랭이의 뛰어난 품질과 우수성을 홍보해 일본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2주간에 걸쳐 진행된 청도 감가공제품 판촉행사 기간동안 약 10만달러 상당의 판매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학 청도군 농업정책과장은 "올해를 농업대전환 원년으로 삼고 지역 특산물인 감말랭이의 수출증대를 위해 미국, 유럽, 동남아 등으로 수출 판로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내 유통업체 200여t 청도 감 제품 수출
청도군의 농업법인 ㈜네이처팜은 지난 1월 3일 화양읍 본사에서 청도 감말랭이 1차분 5.8t을 일본으로 수출하는 선적식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수출활동을 벌이고 있다.
네이처팜에 따르면 이날 올해들어 첫 수출에 이어 일본 수출 총량은 상반기 70t 등 올 한 해 동안 약170t 물량에 대한 수출 계획이 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훈 ㈜네이처팜 이사는 "청도 감말랭이는 일본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청도 반시를 주원료로 하고 있다"며 "특히 가공의 과학화를 내세워 냉동제품이 아닌 건조제품으로 출하돼 일본 전역에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
이 업체는 현재 일본 외에도 미국, 중국, 일본, 홍콩, 프랑스 등 15개국으로 청도 감 가공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는 코로나19 팬데믹(2020~2022년)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기존 거래처 유지 및 안정적인 거래, 품목 확대 등으로 매년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다. 총매출 규모는 지난 2021년 132억원, 2022년 15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네이처팜은 지난 3월 일본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열린 '2023푸덱스 재팬' (2023 FOODEX JAPAN)을 통해 일본 소비자들에게 청도반시 알리기에 나섰다.
일본 시장 수출 관문인 푸덱스 재팬은 매년 8만 명 이상의 자격을 갖춘 일본 상인, 도매상, 소매점 및 식품 서비스 구매자가 참석하는 세계 3대 식품 박람회(일본 푸덱스, 독일 아누가, 프랑스 시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청도반시 활용한 다양한 가공제품 개발 판로 개척
청도반시를 원료로 한 감말랭이, 반건시를 제외한 가공품으로서 주로 감와인을 꼽는다.
청도 감와인은 2008년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건배주로 선정된 바 있다.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주, 2007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뉴욕 한국술 행사에서도 건배주로 채택되는 등 국내외 주요 행사 건배주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또한 청도반시를 일년 내내 즐길 수 있는 각종 가공품이 출시되고 있다. 조미료의 하나인 청도 감식초다. 감을 오랜 시간 발효시켜 만드는 감식초는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애용하는 이가 많다. 청도 감식초는 사과보다 비타민이 8배나 많아 비만·변비 예방, 피부노화 방지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얼린 홍시인 '아이스 홍시'다. 청도반시는 씨가 없어 홍시를 먹을 때 씨를 거르지 않아도 된다. 또 육질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으며, 수분도 많다. 그래서 청도반시는 아이스홍시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
최근 편의점 CU는 여름은 물론,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은 할매니얼 취향을 겨냥해 청도군 특산물인 홍시를 활용한 '청도홍시빙수'를 선보였다.
신제품은 실제 청도산 홍시 퓌레 원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빙수 상품으로, 홍시 과즙을 넣고 곱게 간 얼음에 홍시 퓌레 시럽을 더해 달콤한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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