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뜨자 소스 시장 급부상… 라면 업계도 소스로 한판 승부

입력 2023-06-01 13:16:28 수정 2023-06-01 18:37:04

소스·조미료 시장 올해 410억달러→2030년 595억달러 성장 전망
팔도 '비빔장 저칼로리' 삼양 '불닭 치폴레 마요' 등 신제품 잇따라
업계 "코로나19, 물가 상승으로 집밥 부상, 소스 시장 꾸준히 성장"

삼양식품 직원들이
삼양식품 직원들이 '불닭 소스'를 소개하고 있다. 삼양식품 제공

혼자 사는 직장인 김성희(33) 씨의 집 주방 한쪽에는 얼마 전부터 라면 분말수프 대용량 제품이 자리하고 있다. 김 씨는 이 수프로 튀긴 면 사리 대신 건두부 면을 넣은 라면을 끓이고, 추억의 간식인 '쫀드기', '라면땅'을 만들어 먹는다. 봉지 라면을 찾는 횟수는 자연스레 줄었다.

이 씨는 "업소용으로 판매하는 라면 수프를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꾸준히 구매한다"면서 "라면을 좋아하지만 열량 걱정에 편하게 먹지 못했는데, 이젠 그런 걱정이 없다"고 했다.

고물가에 '집밥족'이 늘면서 소스·조미료 시장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제공하는 뉴스레터 '소스와 조미료' 편을 보면 세계 소스·조미료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369억달러(49조32억원)에서 올해 410억달러(54조4천480억원), 2026년 481억달러(63조8천768억원), 2030년 595억달러(79조16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여름철 소스 시장 경쟁 치열

팔도의
팔도의 '팔도 비빔장'. 팔도 제공

면 요리 수요가 오르는 여름철이 다가오자 소스 시장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신제품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라면 업체들은 각각 대표 상품의 맛을 그대로 옮긴 제품들로 '스테디 셀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팔도비빔면'을 생산·판매하는 식품기업 팔도는 비빔장 신제품 '팔도비빔장 저칼로리'를 최근 출시했다. 열량은 기존 제품의 15% 수준인 100g당 39칼로리(㎉)다. 즐겁게 먹으며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게 특징이다.

팔도는 저열량 소스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팔도비빔장 제품 라인업도 기존 4종에서 5종으로 확대했다. 소스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세분화하는 추세를 고려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지난해 9월에는 '팔도비빔장 시그니처 스틱형'을 출시했다. 야영, 여행 등 야외 활동 중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휴대성을 높인 제품이다. 팔도는 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요리 유튜버와 협업해 ▷투움바 파스타 ▷콩불 볶음 ▷닭갈비 덮밥 ▷순두부 찌개 등 10가지 요리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팔도가 소스 시장에 진출한 건 2017년 9월. '만능비빔장'을 선보이면서다. 팔도비빔면 액상 수프를 제품화한 팔도비빔장의 경우 지난해 말 누적 판매량 2천만개를 돌파했다. 지난 2021년보다 115% 증가한 수치다.

◆ 소스 하나로 세계 입맛 공략

'불닭볶음면' 시리즈로 재기에 성공한 삼양식품은 해외 소비자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멕시코 풍미를 담은 신제품 '불닭 치폴레 마요'를 출시했다. 할라피뇨를 훈연 건조해 만든 '치폴레'와 당사의 '불닭 마요'를 접목한 소스 제품이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이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자 지난 2018년 불닭 소스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핵 불닭', '까르보 불닭', '불닭 마요' 등으로 소스 제품군을 확대했다.

식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양식품의 소스·조미소재 매출액은 29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대비 36% 증가한 수준이다. 업계는 불닭 소스 비중이 압도적일 거라 보고 있다. B2B(기업 간 거래) 시장으로 발을 넓힌 점도 주효했다. 삼양식품은 2019년부터 피자와 토스트, 떡볶이, 치킨, 도시락, 베이커리 등 10개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불닭 소스를 활용한 협업을 추진해 왔다.

불닭 소스를 중심으로 소스 사업을 강화해 '주식(主食) 부문 글로벌 톱100 기업'에 진입한다는 각오다. 외식 업체 협업, 해외 수출 확대를 추진하면서 마케팅, 판매 채널도 확장한다.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창고형 마트, 면세점, 해외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쇼핑 채널 등으로 입점 채널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소스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집밥 트렌드가 부상한 데다 해외에서도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한국 소스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소스 부문을 신사업으로 꾸준히 키워 국내외 소스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삼양식품의
삼양식품의 '불닭 소스' 시리즈. 삼양식품 제공

◆ 소스, 간편식 시장 동반 성장

라면 소스를 제외하고도 양념 제품은 다양해졌다. CJ제일제당의 '해찬들 볶음요리 고추장 양념', 동원홈푸드의 '비비드키친 데리야끼 소스', '비비드키친 굴소스' 2종도 올해 출시한 제품이다.

소스류는 '코로나 특수'를 누린 분야기도 하다. 코로나19 기간 외식이 급감한 데다 야영이 뜨면서 수익성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물가 영향으로 집밥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 간편하게 맛을 낼 수 있는 소스류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추세로 읽힌다.

소스·조미료 시장은 간편식 시장과 함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인공 조미료보다 꿀, 마늘, 버섯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한 제품이 주목받고, 채식 인구를 고려한 상품까지 다양해질 거란 관측이 뒤따른다.

aT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 등 영향으로 외식이 줄고 가정에서 요리하는 빈도가 증가하면서 음식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조미료 시장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면서 "특히 소비자는 조리 단계가 간단하고 시간이 짧게 걸리는 요리를 선호하면서 별다른 재료가 필요 없는 간편식 소스와 음식 풍미를 살려 주는 조미료 등에 관심을 보였다"고 풀이했다.

이어 "소비자는 국가별 음식, 유명 식당 요리와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소스, 조미료를 구입하고 블로거, 인플루언서의 레시피를 활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조미료 시장은 요리에 대한 관심 증대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뉴스레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뉴스레터 '소스와 조미료'. a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