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반영 안되는데…' 10대 헌혈 반토막

입력 2023-05-29 16:39:43 수정 2023-05-29 21:15:34

대구경북 10대 헌혈자 수 2019년 7만675명→지난해 4만4천830명
2024학년도 대입 수험생부터 학생 개인 헌혈은 대입 미반영
"미래헌혈자 확보 차원에서 10대 헌혈 활성화 필요"

최근 교육부가
최근 교육부가 '헌혈의 집'을 통한 헌혈은 봉사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기준을 바꾸면서 10대 헌헐자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헌혈의 집'을 찾은 한 시민이 헌혈을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학교 밖 헌혈은 대입 봉사 활동에 반영할 수 없도록 기준이 바뀌면서 10대 헌혈자가 급감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10대 헌혈자 수는 2019년 80만321명에서 2022년 46만2천186명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대구경북 10대 헌혈자 역시 지난 2019년 7만675명에서 지난해 4만4천830명으로 37% 급감했다. 국내 전체 헌혈자 가운데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30.4%에서 19.9%로 10%p(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10대 헌혈자 급감 원인으론 최근 바뀐 대입 제도가 손꼽힌다. 지난 2019년 11월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수험생 및 학부모들의 불신이 커짐에 따라 이를 개선하고자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2024학년도 대입 수험생부터 정규 교육과정 외 비교과활동은 대입에 반영할 수 없도록 기준을 변경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학교 안에서 교사의 지도 하에 이뤄지는 헌혈만 봉사활동 실적으로 대입에 반영할 수 있고, 학생이 개인적으로 헌혈의 집을 방문해 헌혈을 한 경우는 봉사 실적으로 반영할 수 없게 됐다.

이후 대구경북에서 헌혈의 집을 방문한 10대 헌혈자 수는 2019~2022년 3만3천599 → 2만8천542→3만1천588 →2만3천980명으로 2020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권영매 대구경북혈액원 제조관리부 간호팀 책임간호사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 쪽으로 제도가 바뀐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봉사 실적으로 인정되는 '교내 헌혈버스를 이용한 대구경북 10대 헌혈자'까지 2019년 3만7천76명에서 지난해 2만850명으로 줄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6년차 보건교사 A씨는 "생활기록부상 대입에 반영될 수 있는 항목들이 대폭 줄며 학생들 사이에선 세특(세부능력·특기사항)에 집중하고 봉사실적 자체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래헌혈자 확보 및 인성 함양 차원에서 10대들의 헌혈 참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전체 헌혈에서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 뿐더러, 10대 때의 헌혈 경험은 성인이 된 이후의 헌혈 참여로 이어지기 때문에 안정적 혈액 수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육 당국이 적극적인 유인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