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190여명 2분여 동안 덜덜…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문 연 30대 탑승객 착륙 직전까지 탈출 시도했다' 증언도
26일 대구국제공항에 착륙 직전이던 아시아나 여객기가 지상 700피트(213m) 상공에서 갑작스럽게 비상구가 열리면서 기내에 있던 190여 명의 승객들은 2분여 동안 극심한 공포에 떨었다.
이 과정에서 승객 12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했고, 이 중 9명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퇴원했다.
탑승객들은 한 30대 남성이 비상구 문을 열자 폭발음과 함께 강풍이 기내에 들이닥쳤다고 입을 모았다.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의 강한 바람과 굉음이 덮치면서 비행기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탑승객 A씨는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좌측 중간에 있는 문이 열렸다"며 "기압차가 발생하면서 에어컨과 송풍기로 보이는 곳에서 순식간에 먼지가 나와 비행기 내부가 뿌옇게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문 쪽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기절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승무원들은 기내 방송으로 승객 중에 의료진을 찾았고, 사람들은 뛰어다니고 난리였다"고 덧붙였다.
비상구 문을 연 30대 남성이 착륙 직전까지 계속해서 탈출을 시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B씨는 "비행기가 바퀴를 아직 안 내린 착륙 직전 갑자기 문이 열렸다"면서 "승무원들이 다급하게 앉으라고 소리치며 제지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누구보다 큰 공포를 느꼈던 이들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해당 항공기에는 27일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하는 제주 지역 초·중등 육상 선수들이 탑승했다.
전국체전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행 비행기에 올랐다던 C양은 "친구들은 그때 소리도 지르지 못할 만큼 경직돼 있어 기절한 줄 알았다"며 "너무 무서웠다. 죽는 줄 알았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날 오후 대구공항에서 확인한 사고 발생 여객기에서도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엿볼 수 있었다. 강제로 열렸던 출입문은 경첩 등 일부가 손상되고, 탈출용 슬라이드가 파손된 상태였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 항공안전감독관 4명을 대구공항에 급파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이날 대구공항을 찾아 사고가 발생한 항공기를 직접 점검하고, 관계 기관 및 항공사 등에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비상구 관리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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