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합성·모욕적 언어…당직파일서 여성 상관 성희롱한 공군병사들

입력 2023-05-25 15:02:00

사내 인트라넷서 사진 받아 연예인과 합성
삭제돼 있던 파일 다른 병사가 찾아 제보

공군 한 전투비행단 병사들이 여성 상관을 대상으로 성희롱·모욕하는 글이 담긴
공군 한 전투비행단 병사들이 여성 상관을 대상으로 성희롱·모욕하는 글이 담긴 '신송노트'를 작성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은 신송노트 내용 일부. CBS '김현정의 뉴스쇼' 방송화면 갈무리

공군의 한 전투비행단 병사들이 여성 상관을 장기간 성희롱하고 모욕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가해자들이 상관들의 사진을 인트라넷에서 받아 합성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부대에서 근무 중이라고 밝힌 병사 A씨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신송노트'에 있었던 내용이 카카오톡 단톡방처럼 쓰였다면 '계집파일'은 앨범처럼 여성 간부들 사진이 있고, 여자 연예인들의 몸과 여성 간부의 얼굴을 합성해 놓은 사진이 있다고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신송노트 내용을 보면 (여성 간부들을) 아가씨 등에 비유했으니 지저분한 의도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군 인트라넷에서 간부들의 이름 등을 검색해 신상을 볼 수 있었다"며 "원래는 다양한 정보들이 들어 있었는데 현재 사진은 볼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가해자들이) 거기에서 (사진을) 퍼온 것인가'라고 묻자 A씨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는 "당직 근무시 병사들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는데 이 안에 (인수인계하는) 신송노트라는 파일이 정리돼 있다"며 "이 파일은 삭제되는 것 없이 보존돼 있어야 하는데 21년도 11월부터 해당 기간의 신송노트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 이게 여기에 없지?'라는 생각을 하던 중 한 선임 병사가 비어 있는 기간의 파일을 보여줬던 것 같다. 그렇게 파일을 처음으로 봤다"고 전했다.

그는 "계집파일은 신송노트에 계속 언급돼 있지만 이미 삭제된 상태라 확인할 수 없었다. 가해 병사들이 전역하기 전 문제 가능성을 예상하고 전부 삭제하고 나갔던 것 같다"면서도 "한 병사가 제목이 이상하게 바뀐 채로 컴퓨터 어딘가에 있던 파일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A씨는 "신송노트에서 언급됐던, 신상이 분명하게 남아 있던 이들은 여덟 명 정도"라며 삭제된 파일에 더 많은 피해자가 있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가해자에 대해서는 "의심할 수 있는 사람은 최대 8명"이라며 "확실한 주동자는 한 명"이라고 했다. 진행자가 '다 제대한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그는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지만 간부들로부터 "내용이 심각하다는 건 공감하지만, 가해 병사들이 이미 전역했기 때문에 내부 징계가 어려울 것 같다. 피해자에게 이런 사실이 있었다는 걸 알리지 마라. 우리와 얘기해서 진행해라"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A씨는 두 달 가까이 기다렸지만 아무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다시 만났을 때도 처음과 똑같이 말하더라. 추가된 내용은 '신송노트에 있는 내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은 사람을 특정할 만한 법적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A씨는 현재 군 내부 분위기에 대해 "혼란스럽고 조심스럽다"고 전하며 "공군 법무실에서 조사가 시작됐다.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말씀드렸고, 피해자들도 피해 사실을 알았다. 가해 병사들이 꼭 처벌 받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공군 관계자는 25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알리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추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