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학원이 이달 16∼17일 초등학생 학부모 676명과 중학생 학부모 719명 등 1천3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녀의 진로에 대해 88.2%가 이과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과 중에서도 의학계열(의·치·약대)이 49.7%로 선호 1위였고, 공학계열이 40.2%였다. 순수 자연계열 진학 희망 비율은 10.1%에 불과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특정 전공과 특정 직업을 선호하는 것은 자유다. 의학계열 직업이 돈을 많이 벌 수 있기에 선호한다고 해도 나무랄 일도 아니다. 문제는 의학계열 선호가 한국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진 결과 아니냐는 것이다.
현대 국가는 크게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으로 나뉜다. 그 속에서도 4단계로 나뉜다. 최선진국은 신기술·신지식 연구에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 그 분야에서 종사하는 엘리트층 비율도 높다. 그 다음 수준의 국가는 응용개발, 즉 이미 나온 기술이나 과학을 바탕으로 응용기술을 만드는 데 재정과 인력이 많이 투입된다. 그 다음 국가는 숙련 기술에 많은 재정과 인력이 투입되는 국가다. 마지막은 주어진 메뉴얼에 따른 생산활동에 재정과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국가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산업화에 본격 착수한 이래 메뉴얼에 따라 생산하는 단순노동 국가로 출발, 숙련 기술을 거쳐 응용개발에 집중하는 수준에 와 있다. 큰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지식과 기술을 창조하는 분야다. 이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국가는 최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없다.
의학계열에 진학해 첨단 의료 과학을 연구하겠다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수 학생들이 졸업 후 돈벌이 전선으로 향하는 것이 현실이다. 공부에 재능 있는 청년들이 새로운 지식을 연구하는 분야가 아니라, 국가가 보장하는 '독점적 지위'를 취득하는 데 몰리는 현상, 연구보다는 기존 지식과 기술을 이용한 돈벌이를 선호하는 기류, 기업 보다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는 사회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정부는 물론이고 시민들도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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