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시골 가면 항상 계셨는데…살구가 익으면 또 찾아뵙겠습니다"

아버지, 접니다. 하늘에서 잘 지내시는지요?
먼 길 가신지 어느새 해를 넘기고 곧 1주기가 되어갑니다. 2021년 11월 3일 퇴근 무렵, 엠뷸런스로 대구 성서에 병원으로 오실 때가 눈에 선하고, 중환자실에 계실 때, 요양병원으로 옮길 때 저의 손을 꼭 잡으시고 또 한쪽 팔로 입원복 단추를 풀려하시는 모습이 생생합니다.
대구시내의 요양병원에서 고향가까이 성주군 선남면의 요양병원으로 옮길 때도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작년 8월 병원 연락을 받고 급히 가봤을 때, 다가오는 추석에 손주들 오기로 했다고 말씀드렸는데, 보지 않으시겠냐고 제가 여쭈었을 때도 기억이 생생히 납니다.
2020년부터 코로나로 휴직, 집에 있을 때 시골에 자주 가본 것, 항상 제 차 뒷자리에서 멀리 창너머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요. 아버지와 성주읍 병원가는 날에 성주장에 호떡 사먹던 기억이 납니다.
20여년전 제가 대학졸업전에, 수백년 조상대대로 살았던 성주군 용암면 상신리에 귀농하시겠다고, 무엇을 하시던 정말 열심히 또 부지런히 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이 생생합니다.
시골에서도 신문과 일기 등 글을 손에 놓지 않으셨던 아버지, 일제강점기 조부의 땅계약서, 50년도 지난 아버지 대학시절 교과서와 노트, 1974년 1월에 저의 작명서류도 보관하셨던 아버지, 무엇이 그렇게 평생을 부지런히 사셨는지요. 남겨주신 편지와 서책 등 유품 들은 정리해서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 별 말씀이 없으셨던 아버지, 요새 그 흔한 영상이나 녹음을 못한 것이 많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가끔은 아버지 목소리를 더듬어 기억을 합니다.
작년 8월 명복공원에서 아버지를 안았을 때 그 따뜻한 마지막 온기를 느꼈습니다. 낙동강 성주대교를 지나갈 때, 자세히는 모르지만 1938년생이신, 현대사를 거의 겪으신, 개인적으로도 쉽지만 않았던 아버지의 삶이 느껴졌습니다. 자식으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습니다.
조부모님 손을 잡고 광복직전 일본서 귀국하셨을 때 낙동강을 건너, 6.25전쟁때 대구로 유학오신다고 낙동강을 건너, 하나 뿐인 동생인 아픈 고모를 업고 낙동강을 건너 대구로, 전방에 군대로, 서울 유학과 직장생활, 어머니와 결혼과 신행 등 모든 것이 그 강을 건너셨지요. 아버지의 마지막 여정도 낙동강 성주대교와 함께 했습니다.
아버지, 작년에 제가 아버지 영정을, 누이가 아버지를 안고 시골집 마당에서 '아버지, 좋은데 가이소~~!'라고 크게 소리쳐 보았습니다. 아버지 들으셨습니까? 누이가 몹시 슬퍼한 것을 아버지는 보셨는지요?
아버지, 어머니는 아버지 계셨던 곳을 비우지 못 하시겠다 하시며 시골에 계시며, 저희 남매가 자주 찾아가 봅니다. 저희 식구들도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시골집에 성주군 보호수로 지정된 모과나무는 올해도 모과꽃이 많이 피었고 열매가 커져 갑니다. 또 백년된 뽕나무는 올해도 검은 오디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작년과 올해 시골집 마당에 장미며 능소화, 벚나무, 배롱나무, 목련 등 꽃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 이제 매년 목련꽃을 시작으로 꽃이 많이 필 듯합니다.
예전에 직접 심으신 살구나무가 올해는 살구가 많이 열렸습니다. 좋아하시는 살구가 익으면 또 찾아뵙겠습니다.
아버지, 생전에 어머니와 두 분이 경남 산청에 삼우당 묘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생각이 많이 납니다.
아버지, 비오는날 먼 산에 구름을 보시며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요? 아버지,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주말에 시골 들어가면 항상 계셨던 아버지, 무척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문의 전화: 053-251-1580
▷사연 신청 방법
1.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혹은 매일신문 홈페이지 '매일신문 추모관' 배너 클릭 후 '추모관 신청서' 링크 클릭
2. 이메일 missyou@imaeil.com
3. 카카오톡 플러스채널 '매일신문 그립습니다' 검색 후 사연 올림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우원식 "최상목, 마은혁 즉시 임명하라…국회 권한 침해 이유 밝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