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없어 물지 않고 전염병도 안 옮겨…"지금이 번식하는 시기"
전문가 "도시 불빛이 곤충 생존 위협…불편 일부 감수해야"
최근 한강 등 큰 하천을 낀 지역을 중심으로 동양하루살이 떼가 나타나 주민들이 괴로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립생태원 외래생물팀 박영준 박사는 "지금이 동양하루살이가 번식하는 시기"라면서 "하루살이 수명은 길어야 일주일로 반짝하고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하루살이는 전 세계에 분포하며 종류가 19과 2천100여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1과 50종 정도가 국내에 서식한다.
국내에 서식하는 하루살이는 크게 가는무늬하루살이, 무늬하루살이, 동양하루살이, 사할린하루살이 등 4종이다. 가는무늬하루살이는 해발고도가 500~1천m인 하천 상류, 무늬하루살이는 고도 100~500m의 중류, 동양하루살이·사할린하루살이는 고도 100m 이하 하류에 산다.
이름이 하루살이라고 정말 하루만 사는 것은 아니다.
유충일 때까지 고려하면 대부분 하루살이가 1년 또는 그 이상 살고, '하루'는 성충이 돼 날개가 돋고 나서 수명이다. 특히 동양하루살이 암컷은 짝짓기 후 수면 위에 내려앉아 2천~3천개 알을 낳은 뒤 바로 죽는다.
동양하루살이는 굳이 분류하면 해충이 아니라 익충이다.
생태계에든, 인간에게든 해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동양하루살이는 성충이 되면 입이 퇴화해 먹이도 먹지 않고 짝짓기에만 몰두한다. 입이 없으니 사람을 물지 않고 전염병도 옮기지 않는다.
유충은 일반적으로 1㎝ 이내 모래 속, 때에 따라서는 모래를 10~20㎝ 깊이로 파고든 뒤 산다. 2급수 이상 되는 깨끗한 물에서 살기에 수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종으로 꼽힌다.
한강 주변 도심에서 동양하루살이 대량 출현은 사실 한강이 건강하다는 증거로 환영할 일인 셈이다.
동양하루살이 유충은 하천의 유기물을 먹어 물질을 순환시키기도 한다.
또한 유충과 성체 모두 물고기와 새 먹이가 되므로 수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종이다.
동양하루살이는 1년에 두 번 우화(유충이 날개가 있는 성충이 됨)한다. 5~6월과 8~9월인데 앞서 우화하는 쪽이 대체로 몸집이 크다. 동양하루살이가 떼로 나타나 무섭다는 소동이 초여름에 반복되는 이유다.
최근 대량 발생한 까닭은 가물고 기온이 높은 날이 이어지면서 강 수온도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매년 15%씩 줄인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설정하고 꾸준히 방제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그러나 동양하루살이를 방제한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배경석 한국생태연구소장은 "동양하루살이 같은 종이 도시의 불빛을 찾아 대량으로 출현하면 사람들이 혐오감을 갖는데 곤충으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라면서 "도시화에 따른 강력한 불빛은 곤충의 생존을 위협하는 큰 요인이 돼버렸다"라고 강조했다.
곤충 권위자인 배연재 고려대 교수도 "동양하루살이는 한강 잠실수중보 상류 쪽에서 대량으로 나오는데 남양주시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도시의 불빛이 강에 인접해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루살이가 너무 많이 도심으로 날아오는 상황이 불편을 초래하기는 하니 하루살이를 유인하는 불빛을 줄이는 등 지자체가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다"라면서 "다만 하루살이가 생태계에서 유익한 역할을 하는 곤충이므로 시민이 불편을 일부 감수해야 하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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